카리브해 연안국, EU 회원국 등 부동산 등 투자 시 자국의 시민권이나 영주권 부여

[이슈진단]

주로 경제난 겪는 국가에서 외화벌이 수단으로
50만~100만불 美투자이민 EB-5 비자도 인기

돈으로 국적을 사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 일정 금액을 기부하거나 부동산, 국채 등에 투자하는 대가로 해당국의 체류 허가증이나 시민권을 받는 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투자 시민권 프로그램(CIP)'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수퍼리치(갑부)에게 새 국적을 취득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별다른 조건 없이 돈만 내면 시민권을 주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일정 기간 지난 뒤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허가를 제공하는 방식의 골든 비자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금액은 10만달러부터 250만달러까지 천차만별이라고 SCMP는 전했다.

▶세인트키츠네비스가 최초

시민권을 최초로 팔기 시작한 나라는 1984년 카리브해 연안 국가인 세인트키츠네비스에서였다. 이 나라에선 2014년 이로 인한 수익이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했다고 한다.

SCMP는 "15만달러를 허리케인 구호 기금으로 기부하면 세인트키츠네비스 여권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카리브해의 또 다른 섬나라인 안티과, 바부다, 그레나다 등은 10만 달러를 요구한다. 카리브해 국가들은 비교적 싸고 빨리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곳이라 특히 인기가 높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절반 가량이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다. 몰타나 키프로스가 대표적이다. 몰타는 국가개발사회기금 기부와 자산 구매를 합쳐 100만 달러 가량을 요구한다. 키프로스는 부동산이나 주식, 국채 등에 200만 유로 이상 투자를 하면 시민권을 내주는데 약 5조원 넘는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전직 국회의원과 유력 기업인, 억만장자 도박업자 등 2016년에만 400여 명이 이곳 시민권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불가리아와 그리스, 스페인 등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그리스는 25만유로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면 5년간의 체류 자격을 준다.

▶'기하급수적 성장'시장

태국의 경우는 '엘리트 레지던시'라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관련 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연간 3000~4000달러만 내면 최대 20년간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데 여기엔 건강검진이나 스파 치료 등의 서비스도 포함된다.

미국의 투자이민 프로그램인 EB-5 비자 프로그램은 중국인에게 인기를 끈다. 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등에도 투자를 조건으로 한 이민제도가 있다.

특히 경제가 불안한 국가에 있는 부자들 중심으로 안정된 국가를 일종의 옵션으로 갖고 싶어하는 수요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SCMP는 "중국과 러시아, 인도, 베트남, 멕시코, 브라질뿐 아니라 터키 등 중동 지역에서 부유한 민간 투자자에 의해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에 경제여건이 나쁜 국가 입장에선 부채를 덜어내기 위한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