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서치센터 조사…서유럽 기독교인 세속화'위험 수위'

[통계로 본 종교]

'가나안성도'비율 급증
신앙심도 美 보다 못해

서유럽에서 기독교정신이 크게 퇴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미국의 비영리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최근 발표한 '서유럽 15개국 종교 현황의 특징'이라는 해설을 통해 "대다수 서유럽인은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믿으면서도 현실에선 전혀 기독교신앙을 실천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동성결혼이나 낙태를 허용하자는 여론에 서구 기독교인 대부분이 찬성한 반면, 하나님을 믿는 일에 대해선 '신경 안 쓴다'고 답한 사람이 다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퓨리서치가 지난해 4∼8월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15개국 2만4599명을 상대로 무작위 전화 설문한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설문은 교회출석 기독교인인지, 가나안성도인지, 비종교인인지로 나눠 진행됐다.<표 참조>

퓨리서치는 서유럽 종교의 가장 큰 특징으로 세속화를 꼽았다. 대다수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여기면서도 교회엔 출석치 않고 신앙실천에도 매우 인색하다고 분석했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 밝힌 비율은 포르투갈(83%)이 가장 높고,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아일랜드(각각 80%) 핀란드(77%) 스위스(75%) 영국(73%) 독일(71%) 순이었다. 그런데 이탈리아를 제외한 14개국 전체에서 '가나안성도'비율이 주일성수 기독교인 비율을 상회했다. 영국의 '가나안성도'비율(55%)은 주일성수 성도(18%)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가나안성도의 신앙심도 위험수위였다. 이들 중 24%만이 성경 속의 하나님을 믿는다고 답했고, 51%는 '우주의 영적 존재’ ‘다른 더 높은 존재'같은 걸 믿는다고 했다.

서유럽 기독교인의 신앙심은 미국 기독교인보다 크게 떨어졌다. '삶에서 종교가 중요하냐'는 질문에 서유럽 기독교인은 14%만 '그렇다'고 답한 반면, 미국 기독교인은 68%가 '그렇다'고 했다.

☞'가나안 성도'란
교회에 '안 나가'(거꾸로 읽으면 '가나안')는 그리스도인을 뜻한다. 제도 밖에서 신앙을 찾는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키는 이 용어는 과거 신학교 등에서 농담처럼 쓰이던 표현인데 최근 교계의 새로운 현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언급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