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 해제 발표한 당일 '해제 원상복구' 초당적 법안 발의
ZTE 회장 임직원에 사과 서한… "유사 사태 재발 막을 것"

(워싱턴·홍콩=연합뉴스) 이승우 안승섭 특파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7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업체 ZTE(중싱통신)의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히자 미 의회가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ZTE 제재 해제를 차단하는 초당적 법안을 제출하고, 민주당의 상원 사령탑인 척 슈머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거액의 벌금 납부 등을 조건으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던 미 상무부와 ZTE의 합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화당 톰 코튼·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이날 ZTE에 대한 제재 해제 합의를 무력화하고 제재를 원상 복구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수정안은 또 정부 부처와 기관이 ZTE 제품은 물론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중국의 화웨이로부터도 통신장비를 구매할 수 없게 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 대출이나 보조금 제공도 금지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될 경우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물밑 협상을 통해 ZTE를 구제하려다가 선두 업체인 화웨이까지 유탄을 맞는 더 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슈머 원내대표는 "의회의 양당은 이들 기업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보다 이들을 혹독히 다루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까지 나서 ZTE 제재 해제를 막고 나섰지만, 다수당인 공화당이 이 법안에 얼마나 찬성할지는 미지수다.

미 의회는 중국 통신업체들의 공격적인 미국 진출에 경계감과 우려를 드러내 왔으며,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은 중국 통신업체들의 장비가 간첩 행위에 이용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앞서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CNBC 방송에 출연해 ZTE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ZTE는 미 정부에 벌금 10억 달러(약 1조695억 원)를 납부하고 4억 달러(약 4천274억 원)를 보증금 성격으로 결제대금계좌(에스크로)에 예치해야 한다. 만약 ZTE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규정을 위반하면 4억 달러는 몰수된다.

또 ZTE의 경영진과 이사회를 30일 이내에 교체하고 ZTE 사내에 미국 조사팀을 투입해 법규 준수 등의 여부를 직접 감시하도록 했다.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이자 미국 내 스마트폰 판매 4위에 오른 ZTE는 국제사회의 이란과 북한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4월 7년 동안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받았다.

ZTE는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 이후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린 상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이민(殷一民) 회장은 이날 8만여 임직원에 사과 서한을 보냈다.

인 회장은 서한에서 "이번 사태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이사회와 경영진을 대표해 모든 임직원, 고객, 주주, 협력업체 등에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는 우리의 법규 준수 문화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드러냈다"며 "우리 임직원은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