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늙다리 전쟁광'vs'꼬마 로켓맨'등 격한 말폭탄 속 핵단추 누르기 일보직전까지

'세기의 담판'성사되기까지

'세기의 담판'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친 끝에 이뤄졌다. 지난해 중순에만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버튼'을 언급했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극적인 반전이다.

◆ 트럼프 vs 김정은 '말 폭탄'

북한은 지난 한 해동안 6차 핵실험과 17차례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늙다리 전쟁광','악의 대통령','거짓말의 왕초' 등 말폭탄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화염과 분노'를 경고하고 김정은을 '꼬마 로켓맨'이라고 불렀다. 올해 들어서도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미국을 겨냥해 자신의 책상 위에 핵 단추가 있다고 하자, 트럼프는 "내 핵 버튼이 더 크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화해의 손길 내민 트럼프

제재와 압박 기조에서 대화로 분위기가 돌아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올바른 상황'이 되면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김여정, 문 대통령 평양 초청

지난 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상황은 더욱 빠르게 전개됐다. 김정은은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내 9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특사로 보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며 평양을 방문해달라고 했다.

◆트럼프 "5월까지 만나겠다"

그로부터 한달쯤 후인 3월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 특사단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과 만났다. 정 실장은 6일 귀국 후 브리핑을 통해 "4월 말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제3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이 '조속한 미북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5월까지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답했다.

◆미북 물밑접촉 진행

이후 미북은 활발하게 물밑 접촉을 이어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4월 초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다음날인 4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이 매우 잘되고 있다.북한과의 회동이 오는 3~4주 내에 열릴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방중 시 주석 만나

김정은은 지난 5월 7~8일 이틀간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김정은이 중국을 떠난지 5시간만에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돌연 태도 바꾼 北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0일 트위터를 통해 "나와 김정은의 만남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북한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5월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이) 일방적 핵 포기만을 강요하면 조·미(朝美) 수뇌회담을 재고려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트럼프 "조건 안되면…"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을 얻을 수 없다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싱가포르 회담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잇딴 美비난에 회담 취소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5월 24일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 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 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 발언의 '후속편'격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를 통해 "현 상황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전격 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 美 강경책에 꼬리내린 北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하게 나오자 북한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북한은 "(미측과)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했다.

◆미북 실무대화 총력전

이후 상황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5월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30일 뉴욕으로 출발, 폼페이오 장관과 만찬회동을 가진 뒤 워싱턴으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