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꽁꽁 묶인 채 호박(琥珀)에 갇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거미줄에 꽁꽁 묶인 채 나뭇진(송진)이 떨어져 호박(琥珀) 속 화석으로 1억년을 지낸 공룡시대의 진드기가 발견돼 세계 고생물학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진드기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운수 사나운 날을 맞아 짧은 생을 마감한 셈이다.

미국 '캔자스대학 뉴스'에 따르면 이 대학 고생물연구소 소장을 맡은 폴 센던 교수는 독일의 수집가가 미얀마에서 발견한 호박 속에서 거미줄에 묶인 진드기를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백악기연구(Cretaceous Research)' 최신호에 밝혔다.

이 진드기는 나무를 옮겨다니다 잔가지 사이에 처진 거미망에 걸려 바둥거리다 탈출하지 못하고 거미에게 포획됐으며, 거미줄로 꽁꽁 묶여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나뭇진이 떨어져 호박 속 화석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거미가 진드기를 거미줄로 묶은 것이 나중에 먹기위한 것인지, 아니면 바둥거리는 진드기로 인해 거미줄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위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진드기는 긴 풀이나 덤불에서 생활해 주로 나무 주변의 작은 생물이 대상이 되는 호박 화석은 드문 편이다. 특히 진드기가 거미줄에 묶인 상태로 발견된 것은 1억년 전 거미와 진드기의 '작은 드라마'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화석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팀은 진드기를 싸고 있는 가는 실이 진드기 사체에 생기는 균류일 가능성도 검토했으나, 외부에서 둘러싼 것이고 진드기 입 등 구멍에 집중돼 있지 않다는 점을 토대로 거미줄로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중생대 거미 화석기록이 부족해 이 진드기를 잡은 거미가 어떤 종류인지까지는 확인을 못 했다고 한다.

셀던 교수는 캔자스대학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호박이) 정말로 흥미 있는 작은 얘기를 담고있다"면서 "가장 오래된 것, 가장 큰 것보다 동물 간 상호작용을 보전하고 살아있는 생태계를 보여주는 것이 더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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