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 발언’으로 스웨덴과 정보·심리전을 벌인 신태용호의 베일이 벗겨졌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경기장에서 린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스웨덴전에서 포백과 김신욱을 꼭짓점으로 둔 스리톱 카드를 꺼냈다. 초반 25분 트릭의 당위성이 느껴질 정도로 이전보다 더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부상 변수에 흐름이 뚝 끊겼다. 0-1 패배로 귀결됐다.

◇4-3-3 포메이션-‘브라질 멤버 7명’ 선발 카드 의미는

‘신태용호’는 스웨덴전에 4-3-3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김진수~김민재~권창훈 등 공수 핵심 선수 부상 이탈과 스웨덴 투톱(마르쿠스 베리, 올라 토이보넨) 봉쇄를 겨냥해 스리백 카드를 염두에 둔 신 감독은 본선 직전 평가전에서 조직력 약점이 노출되면서 포백으로 돌아섰다. 주장 기성용 등 주력 요원이 오랜 시간 공들여야 하는 스리백 전술에 부담을 느낀 것도 한몫한다. 잘하는 것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세네갈과 비공개 경기에서 포백을 활용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예상대로 김영권, 장현수가 중앙 수비에 포진했고 좌, 우 풀백엔 박주호 이용이 섰다. 투톱이 아닌 스리톱(손흥민~김신욱~황희찬) 카드를 꺼낸 건 힘과 높이를 겸비한 스웨덴 장신 수비를 상대로 김신욱의 키(196㎝)를 활용하면서 스피드가 좋은 손-황 듀오의 세컨드 볼 활용 능력을 배가하려는 게 있었다. 또 수비 숫자가 한 명 더 많은 스리백을 포기하는 대신 스웨덴 주 공격 루트인 측면을 저지하기 위해 손-황 듀오를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꾸렸다. 기본 전술은 4-3-3이었으나 실제 운동장에서는 손-황이 2선 깊숙하게 내려와 4-5-1처럼 움직였다. 리스크를 줄이면서 장점을 살리는 ‘신의 선택’이다.

두드러진 건 골키퍼 장갑을 하락세인 김승규 대신 조현우에게 맡긴 것 뿐 아니라 필드 플레이어 선발 요원 10명 중 7명이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을 경험한 멤버였다. 황희찬과 이재성, 장현수를 제외하고 공격~미드필더~수비에 브라질 멤버가 포함됐다. 당시 조별리그 탈락 쓴보약을 마신 이들의 경험을 중시했다. 월드컵은 평가전과 전혀 다른 무대다. 특히 첫 경기는 중압감이 크다. 선수들의 긴장 수치가 높아 변수가 잦다. 경험하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월드컵 경험자’가 한 발 더 뛰면서 다른 선수를 독려하는 차원이었다.

◇박주호 날벼락 같은 부상…경기의 변곡점 되다

신 감독의 의도는 초반 적중했다. 스웨덴이 자랑하는 에밀 포르스베리, 빅토르 클라에손 좌우 날개가 한국의 촘촘한 측면 수비벽에 가로막혔다. 박주호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적절한 타이밍에 공격 가담 뿐 아니라 상대 오른쪽 날개 클라에손과 신경전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수세에 몰릴 때 위험 지역이 아닌 곳에서 영리하게 반칙으로 끊었다. 우리 진영에서 스웨덴의 패스 줄기가 끊기면서 자연스럽게 손-황이 이끄는 측면 공격이 살아났다. 박주호~이용의 공격 가담도 늘었다. 여러 차례 크로스로 스웨덴 수비를 흔들었다. 스웨덴 중앙 수비 안드레아스 그란키비스트와 폰투스 얀손은 걷어내기 바빴다.

하지만 한국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26분 박주호가 오른쪽에서 넘어온 공중볼을 잡으려다가 착지 과정에서 오른 허벅지를 다쳤다. 넘어지는 순간 더는 뛰기 어려워 보였다. 2분 뒤 김민우로 교체 됐다. 신 감독은 최종 엔트리 왼쪽 풀백에 홍철, 김민우를 뽑았으나 평가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풀백을 두루 겸하는 박주호를 선택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시점에 부상으로 실려 나갔다. 한국 수비는 이때부터 흔들렸다. 클라에손에게 여러 차례 위협적인 크로스를 허용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결국 후반 김민우가 클라에손의 침투를 저지하려다가 페널티킥 반칙을 범하면서 땅을 쳤다.

◇정확한 태클+몸 던지는 투혼까지…‘김앤장’이 달라졌다

그래도 ‘김앤장’의 활약은 남은 경기의 기대 요소다. 부상 변수에도 한국이 경기 흐름을 잃지 않은 건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조현우 뿐 아니라 김영권, 장현수 ‘김앤장’ 센터백 콤비의 투혼이 컸다. 이전까지 주요 경기에서 여러 번 실수를 범하면서 비난에 시달렸지만 이날은 달랐다. 결정적인 실점 위기에서 정확한 태클과 몸을 던지는 투혼이 돋보였다. 4년 전 브라질에서 눈물을 흘린 김영권은 전반에만 골과 다름 없는 두 차례 위기를 막아섰다. 전반 17분 그란키비스트의 문전 쇄도 때 왼발 아웃사이드 태클로 절묘하게 걷어냈고, 전반 29분 문전 혼전에서 마르쿠스 베리의 왼발 슛도 김영권이 몸을 던져 막아냈다.

대표팀에서 누구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도 ‘욕받이’ 신세였던 장현수도 약점으로 꼽힌 공중볼 싸움에서도 뒤지지 않았다. 빌드업에서도 2선 기성용과 시너지를 내면서 경기를 이끌었다. 멕시코, 독일전에서도 이런 모습이 꾸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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