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분리안'저지 투표 수천명 참여, "한인사회 숨은 저력 보여준 위대한 승리"

[뉴스포커스]

남녀노소·모든 세대 총출동 '타운 지키기' 한마음 한뜻
로라 전 한인회장 "한인 역사에 한 획…너무 자랑스러워"
LA시 선거국도 당황, 예상치 못한 투표 행렬에 동분서주
방글라데시측 겨우 수백명 투표, 한인 열기에 혀내둘러

"어떻게 이렇게 많이 나올 수가 있는가. 한인사회의 위대한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방글라데시 분리안' 선거가 실시된 19일. 투표가 시작되기 1~2시간 전부터 두 곳의 투표장에는 한인타운이 두동강이 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나온 한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계기사 3면>

학생 청년들로부터 80대를 넘긴 노인들까지 1세대와 1.5세 및 2세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파가 총출동해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화씨 8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도 타운을 지키기 위한 한인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두군데 모두 한 블럭을 둘러싼 긴 줄은 남가주 한인사회 역사의 한 획을 그을만한 감격적인 모습이었다.

윌셔센터 코리아타운 주민의회 지역 주민과 비즈니스 업주들 뿐만 아니라,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생활해 온 수많은 한인들이 '자기 일처럼'한 마음 한뜻으로 투표장소로 모여들었다.

한인 교계, 경제계, 시민연대, 비영리 단체는 물론, 1.5세와 2세로 구성된 'Keep Koreatown' 등이 모두 힘을 합쳐 만든 이날 광경은 한인사회의 숨겨온 저력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한인 단체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하바드 초등학교와 나성 열린문교회 투표장소에서 줄을 서서 투표를 기다리는 인원만 총 3천여명. 이미 투표를 하고 돌아갔거나, 마감시간인 오후 8시까지 투표장으로 나온 사람들까지 합치면 실제 투표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표에 참여한 한인들은 "한인타운을 타 커뮤니티에 빼앗길 수 없다", "수십년동안 한인들이 가꾸고 발전시켜온 한인타운을 지켜야 한다","한인사회 역사가 담겨있는 타운은 우리 후세들에게도 남겨줘야 할 터전이다"라는 등 가슴속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분출된 한인타운에 대한 정서를 여과없이 표현했다.

로라 전 LA 한인회장은 "짧은 시간에 놀랄만한 결집을 이뤄낸 한인사회가 너무 자랑스럽다"며 "다시는 다른 커뮤니티가 LA 한인타운을 넘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감격해 했다.

LA시 선거국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예상치 못한 투표 행렬에 당황한 관계자들은 추가 인원을 투입해가며 유권자들의 원할한 투표를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비해, 방글라데시아 주민들의 투표 참여는 저조했다. 항간에는 캠핑까지 치면서 당일 투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상황은 정 반대였다. 투표 장소 두 곳에서 수백명 정도가 투표해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선거를 기획하고 주도한 한 방글라데시 주민은 "투표를 위해 나왔던 방들라데시 주민들이 긴 투표 행렬을 보고 투표도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며 "한인사회의 투표 참여 열기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밝혔다.


당황…허탈…침울
수천명에 이르는 한인 투표 행렬에 놀란 방글라데시 관계자들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