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황당한 실수로 다 이긴 경기를 허무하게 내줬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은 자신의 실수로 경기에서 졌다며 선수들에게 사과했다.
투수교체 때 감독, 투수코치, 불펜 코치가 원활하게 의사를 주고받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클리블랜드는 전날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경기에서 4-0으로 앞선 채 9회 초 마지막 수비에 들어갔다. 승리까지 아웃카운트는 단 3개 남았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 코디 앨런이 흔들려 경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등판과 함께 몸에 맞는 볼, 안타를 허용한 앨런은 투아웃까지 잘 잡은 후 호세 페라사에게 내야 안타를 맞고 1점을 줬다. 앨런은 2사 1, 3루에서 싹쓸이 2루타를 맞아 4-3으로 쫓겼다. 급격히 흔들린 앨런은 볼넷 2개를 거푸 헌납하고 만루에서 강판했다.
예상을 빗나간 두 번째 반전은 이때 나왔다. 프랑코나 감독은 왼손 타자 조이 보토를 막고자 왼손 구원 올리버 페레스를 올리라며 덕아웃에 있던 칼 윌리스 투수코치에게 올리버 페레스의 영어 이름 앞 철자를 딴 'OP'를 외쳤다.
그러나 불펜에서 나온 투수는 페레스가 아닌 우완 댄 오테로였다. 윌리스 코치가 'OP'를 오테로의 별칭 'OT'로 잘못 알아들은 것이다. 윌리스 코치는 오테로가 우완이지만, 땅볼 전문 투수로서 과거 보토와의 대결에서 몇 차례 성공을 거뒀기에 크게 의심하지 않고 불펜에 있던 스콧 애치슨 불펜 코치에게 그대로 오테로를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오테로가 나오자 프랑코나 감독도 깜짝 놀랐다. 아무리 오테로가 과거에 보토를 잘 요리하고 했다지만, 올해 그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362로 좋지 않았다. 게다가 보토는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0.329로 잘 쳤다. 이런 데이터는 그대로 적중했다.
보토는 경기를 6-4로 뒤집는 주자일소 2루타를 쳐 클리블랜드 더그아웃을 초상집으로 만들었다. 곧바로 에우헤니오 수아레스가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날려 점수는 7-4로 벌어졌다. 클리블랜드는 9회말 반격도 못 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어처구니없는 패배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던 프랑코나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개를 숙인 뒤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나 절대 가볍게 여기진 않는다"며 뼈아픈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