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문건 2개 송영무에 보고돼…존재 왜 숨겼나 의혹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방부가 작년 3월에 작성된 계엄령 검토 문건을 지난달 말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그 문건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함께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달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순방 와중에 독립적인 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지시한 데 이어 16일에도 기무사의 계엄 문건과 관련해 각 부대와 주고받은 모든 문서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한 이후에도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청와대에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기무사 특별수사단이 16일 기무사가 제출한 USB(이동식저장장치) 확인 과정에서 존재가 드러났고, 특별수사단은 18일 송 장관으로부터도 해당 자료를 임의로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특수단에 세부자료를 보낸 다음 날인 지난 19일에야 청와대에 이 세부자료를 제출했다.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67장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작년 3월 작성된 계엄령 문건이 사실상 '실행계획'이란 의혹을 짙게 하는 문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계엄사령부 지휘체계와 계엄사 설치 장소, 전차와 장갑차를 이용해 계엄임무 수행군을 신속히 출동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처럼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데도 국방부가 이 세부자료의 존재를 쉬쉬한 채 지난달 말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청와대에 정식으로 보고할 때도 이를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송 장관은 지난 3월 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 작년 3월 기무사가 작성한 A4 용지 8장 분량의 계엄 검토 문건과 67장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보고받았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3월 16일 기무사령관이 문건 2개를 송 장관에게 같이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송 장관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송 장관은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청와대 보고를 미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국방부나 송 장관이 이 세부자료 내용에 대한 심각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송 장관이 계엄 문건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 등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보고하지 않은 배경은 여전히 의문이다.

이와 관련 이날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3월 16일에 67페이지를 받아 한 달 반 만에 구두 보고하고 3개월 반 만에 요약본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면 직무유기를 넘어 공범"이라고 송 장관을 질책했다.

이에 송 장관은 "나라가 어려울 때 그런 것을 발표하거나 그런 게 소용돌이치면 과연 지방선거가 제대로 되겠나"라며 "밤새 고민했는데 다시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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