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초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간 LA 다저스의 류현진(31)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한 뒤 릭 허니컷 투수코치와 가볍게 허그를 했다. 105일 만에 부상에서 돌아온 류현진의 복귀를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기다려던 장본인이 바로 허니컷 코치였다. 허니컷 투수 코치가 만족할 만큼 류현진의 '광복절 복귀 등판'은 완벽에 가까웠다.
15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2018시즌 메이저리그 라이벌 3연전 3차전에서 류현진은 선발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는 호투를 펼쳤다. 89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는 60개를 기록했다.
경기시작할 때만 해도 2.12였던 류현진의 시즌 자책점은 1.77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불펜이 8회에 동점을 내주는 바람에 류현진은 이날 승패 기록이 없었다.
류현진은 이날 타자를 압도할만한 구속은 나오지 않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공을 자유자재로 던지며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농락했다.
이날 류현진의 던진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회 초 브랜든 벨트와 버스터 포지를 상대할 때 나온 92.6마일이었다.
류현진은 패스트볼보다는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을 섞어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고 선수들은 90마일짜리 평범한 패스트 볼에도 헛방망이질을 했다.
특히 3회 초 류현진은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셧다운시키며 위력을 발휘했다.
눈길을 끝 것은 이 세 타자를 상대할 때 결정구가 모두 달랐다는 것. 첫 타자였던 앨런 핸슨은 82마일의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데릭 홀랜드에게는 85.8마일의 커터를 던져 아예 방망이를 휘두르지도 못하게 했다. 그리고 1번 타자 앤드류 맥커친에게는 91.2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역시 헛스윙으로 돌려 세웠다.
류현진은 이날 1회 초 2번 브랜든 벨트에게 외야로 날아가는 2루타를 맞아 불안하게 출발했다. 외야 좌측 선상에 떨어진 뒤 불규칙 바운드로 관중석으로 튕겨 들어가 인정 2루타가 됐는데 정타로 제대로 맞은 것은 아니었다. 나머지 2안타는 모두 땅볼이었다.
5회까지 터지지 않던 다저스 타선은 6회 말 류현진의 타석에서 대타로 들어선 작 피더슨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뽑아 팽팽하던 0-0의 균형을 깨며 류현진에게 지난 4월 21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이후 시즌 4승째를 선물하는 듯했다.
분위기가 이어져 7회 말 공격에서도 다저스는 저스틴 터너가 상대의 바뀐 투수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내며 진루에 성공한 뒤 매니 마차도가 좌전 적시 2루타를 쳐 한점을 보탰다. 여기에 맷 켐프까지 가세, 역시 좌전 적시타를 치며 스코어를 3-0으로 벌려 오랜만에 돌아온 류현진에게 멋진 선물을 해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7회 초를 무사히 넘긴 다저스는 8회 초 마운드에 오른 두번째 구원투수 케일럽 퍼거슨이 선두 타자 펜스에게 좌전 안타, 대타 체이스 다노에게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대타 닉 헌들리를 삼진으로 잡아 한숨돌리는 듯했지만 이날 류현진을 상대로 3타수 무안타이던 맥커친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쳐 한 순간에 류현진의 승리 요건이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