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고서, 신기술 도입 가져올 부작용도 경고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인공지능(AI)에서 유전자편집에 이르는 신기술이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잠재력을 지닌 동시에 더 큰 사회 불평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유엔의 진단이 나왔다.

9일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2018 세계 경제사회 조사' 보고서를 통해 기술의 진보가 유엔이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 "유전자 편집부터 3D 프린팅까지, 재생에너지 기술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까지, 기계학습부터 AI에 이르기까지 신기술은 '2030 어젠더' 달성을 위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혁신을 온전하게 이용하면 모든 인간의 건강, 장수, 번영, 그리고 지속가능한 환경도 손닿을만한 곳에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엔은 2030년을 목표로 인류 사회의 탈빈곤·탈기아는 물론 경제성장, 일자리 증진, 지속가능한 산업, 기후변화 대응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어젠더를 채택한 상태다.

구테흐스 총장은 "하지만 이 신기술은 심각한 우려도 낳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첨단기술을 상업적으로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선진국들은 질병 퇴치에 도움이 되고 인간의 수고를 덜어주는 신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수많은 개발도상국 국민은 기존의 재래식 기술이 가져다준 혜택조차 아직 완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엔 전문가들도 "거대한 기술격차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현재 개도국에는 전기 공급이 아예 되지 않는 10억명 이상 인구와 부실한 전력망 속에 잦은 정전에 시달리는 25억명의 인구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들 개도국이 유선전화를 건너뛰어 곧바로 이동전화로 이동하거나 전력망 설치 없이 곧바로 태양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술도약(leapfrog) 방식도 가능하겠지만 전기가 들어오거나 인터넷이 갖춰지더라도 최소한의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디지털 기술 이용은 불가능해진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기술 진보가 '2030 어젠다'를 달성하는 기반이 될 수 있겠지만 이런 진보가 인류의 가장 시급한 수요, 즉 빈곤 퇴치, 불평등 감소, 공동 번영, 기후변화 대처 등에 합당한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보고서의 우울한 지적이다.

이 중에서도 AI로 움직이는 로봇은 생산량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인간의 일자리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사회적 평등 촉진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유엔은 전망했다.

소셜미디어에서 활용도가 높아지는 맞춤형 광고도 점차 인간의 감정을 조작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며, 심지어 증오를 조장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AI 기반의 판단·결정 시스템도 공공서비스 접근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기존 편견과 차별의식을 증대할 위험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AI 기반의 결정에 더욱 큰 투명성과 책임감이 부여돼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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