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표현의 자유 소중하지만, 이스라엘은 주권국가"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정부가 반이스라엘 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미국인 학생을 공항에서 1주일 넘게 억류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미국인 여성 라라 알카셈(22)은 지난 2일 텔아비브 벤 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입국이 금지된 채 억류됐다.

알카셈은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에서 인권 분야의 석사 과정을 밟을 계획이고 학생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그가 과거 미국에서 반이스라엘 운동인 'BDS'(불매·투자철회·제재) 운동을 지지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BDS 운동은 기업, 예술가, 대학들에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도록 촉구하는 캠페인을 가리킨다.

알카셈은 미국 플로리다대 대학원생이고 조부모는 팔레스타인인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알카셈이 언제든지 이스라엘을 떠날 수 있음에도 입국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 정부의 조치가 편협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플로리다대 교수들은 이스라엘 정부에 알카셈을 풀어주라고 촉구했고 히브리대도 그의 입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길라드 에르단 이스라엘 공안장관은 "이스라엘은 자국을 보호하고 누구를 입국시킬지 결정할 권한이 있다"며 알카셈 억류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가까운 미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10일 기자들에게 "일반적 원칙에서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예루살렘의 미국대사관이 알카셈에게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반대운동과 제재를 강하게 반대한다"며 "이스라엘은 입국자를 결정할 수 있는 주권국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스라엘은 BDS 운동을 지지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올해 1월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는 전 세계 비정부기구(NGO) 20곳을 입국금지 명단에 올렸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