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흔드는'러시아 스캔들''성관계 입막음용 합의금'

[이슈진단]

트럼프 탄핵 힘든 3가지 이유
1.230년 역사상 탄핵면직 '0명'
2.상원은 공화당이 과반 차지
3.민주도 역풍우려'도박'안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연루 의혹을 둘러싼 특검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특검의 수사기록 추가 제출을 기점으로 민주당이 탄핵을 거론하며 공세 수위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내년 새 하원 법사위원장을 맡게 될 민주당 제럴드 내들러(뉴욕) 의원은 9일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과의 인터뷰에서 "특검의 관련 기소와 기록 제출은 대통령이 미국 국민을 상대로 한 거대한 사기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던 두 여성에게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입막음용'합의금이 건네진 의혹과 관련해서는 "탄핵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히 중요한지는 다른 문제"라면서도 "속임수로 직책을 얻는 과정에 저질러진 일이라 탄핵할 수 있는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에앞서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 은폐 의혹을 폭로한 존 딘 전 백악관 법률고문은 8일 CNN에 "하원이 탄핵 절차를 개시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실제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으론 매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뉴욕타임스도 9일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과 '성관계 입막음 돈'수사 기록을 분석한 뒤 "아직은 트럼프 소추도, 탄핵도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미 230여 년 역사상 탄핵으로 면직된 대통령은 없다.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은 1868년 의회 동의 없이 국방장관을 해임해 공무원법 위반으로, 빌 클린턴은 1999년 백악관 인턴과 성관계에 대한 위증으로 탄핵이 발의됐지만 모두 상원 표결에서 기각됐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은폐하려던 리처드 닉슨은 1974년 사법 방해 혐의로 탄핵 절차가 착수되자 자진 사임했다.

미 대통령 탄핵은 의회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특검이나 연방 검찰은 대통령을 기소할 권한이 없고, 의회에 수사 기록을 참고 자료로만 제출하게 된다. 대통령 탄핵은 양원(兩院)을 모두 거치는데 특히 상원의 벽이 높다. 하원 과반수 동의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 상원에서 대법원장 주재로 탄핵 심판을 열어 3분의 2(67명) 이상 동의해야 가결된다. 우리나라에선 헌법재판소가 하는 최종 결정을 미국에선 상원이 한다.

이론상 내년 1월부터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때문에 탄핵안은 발의할 수 있다. 그러나 상원은 여당인 공화당이 과반인 53석을 차지한다. 공화당에서 최소 14명이 탄핵에 동참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트럼프의 러시아 내통 등 '반역 행위'의 결정적 물증을 확보해 공화당을 설득할 수 없다면 섣불리 '도박'을 벌이려 하지 않으려 한다. 자칫 거센 역풍을 맞아 2020 대선을 망칠 수 있다.

미국에선 탄핵이 성사되더라도 바로 정권이 바뀌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탄핵 결정 60일 이내에 대선을 새로 치러야 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대통령 잔여 임기를 부통령 등이 이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