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마켓 앞 등 5곳 구세군 모금 한인타운 '찬바람'…전년동기에 비해 20% 정도 저조

[뉴스포커스]

구세군 나성교회 "24일까지 6만불 목표 달성 난항"
경기침체 서민 생활 빠듯, 미숙한 기부문화도 한몫
한국 자선냄비도 비슷, "함께 온정 넘치는 세상을…"

#지난주말 LA한인타운내 한 마켓 앞 자선냄비 봉사자는 한숨을 쉬고 있었다. 주말이라 마켓을 보러오는 길에 자선냄비 곁을 지나는 손님들로 붐볐지만, 정작 지갑을 꺼내 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뜸하지만 그것도 1달러, 2달러 씩이다. 그나마 10달러를 내는 기부자는 큰 손님이다. 하루에 모아지는 돈이 100달러 넘기기가 쉽지 않은데, 마켓에서 물건을 잔뜩 들고 나오면서 자선냄비 옆을 휑하니 지나가는 쇼핑객들을 보고 있노라면 웬지 세상이 많이 각박해 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연말 LA 한인타운 자선냄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LA 한인타운 지역 구세군 모금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구세군 나성한인교회는 지난달 16일부터 한인타운 곳곳에 구세군 자선냄비를 설치,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달 10일까지의 모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약 6000달러가 적다. 비율로 보면 작년에 비해 약 20% 줄어들었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24일까지 설치된다. 구세군 나성한인교회의 이주철 사관은 "올해 목표치는 6만달러로 잡았다. 연말 경기가 좀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지난해의 5만7000달러보다 조금 높게 잡아봤는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러운 미국 구세군 행사

최근 수일 내린 비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 사관은 기대를 버리지 않았지만, 저조한 모금의 이유는 그 뿐만이 아닌 것 같다. 아직 한인사회의 기부 문화가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사관은 지난주 다운타운에서 열린 주류사회의 LA카운티 구세군 행사에 참석해 목격한 광경을 전했다. 이 사관에 따르면 참석자들이 좌석표를 직접 구매해 들어오는 행사인데, 유명 연예인이 사례금 없이 자발적으로 사회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이날 행사장에 마련된 테이블은 40여개로 행사 시작전에 이미 만석이었다. 그리고 기부금 모금 순서가 시작된지 5분만에 무려 60만달러가 모아졌다고 이 사관은 전했다. 그는 이어 "언젠가 한인사회에서도 이런 행사가 열리길 기대하면서도, 못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 사관은 "한인타운 일대 구세군 자선냄비 설치 장소는 매년 한정돼 있으며 일부 장소에선 자선냄비 설치를 꺼려하기도 한다"며 상대적으로 한인사회의 기부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관은 "주거비 등 물가상승률은 높고 이에 비해 임금 인상률은 낮기 때문에 서민들의 사정이 그리 나아지지 않은 점도 모금이 시원치않은 이유"라며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인들의 따뜻한손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전년대비 89%에 그쳐

겨울철이면 온기를 불어넣었던 '기부 바이러스'가 기운을 펴지 못하는 분위기는 고국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구세군에 따르면 자선냄비 거리 모금액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34억9799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수준에 그쳤다. 또 '사랑의 열매'로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 수준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614억원의 68% 수준인 418억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가 이처럼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외에 '내가 낸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기부금을 부정하게 사용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이어진 데다, 기부를 요구하는 자선단체가 난립하면서 기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깊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려면 보다 투명한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