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미국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이 기록적으로 빠르게 증가해 우려를 낳고 있다.

연방 공중보건국장(US surgeon general)이 전자담배 주의보까지 발령하면서 강력한 대책을 촉구할 정도니 심각하긴 한 것 같다.

CNN과 의학전문 매체 메드페이지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된 청소년 흡연실태 보고서가 진앙이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전역의 청소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되는 '모니터링 더 퓨처(Monitoring the Future)' 조사를 통해 작성됐다.

1975년에 시작된 이 조사의 실제 진행은 미시간 대학이. 재정 지원은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약물오남용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가 각각 맡았다.

이 조사는 미국 청소년의 약물 및 주류 이용과 관련 행태 변화를 추적해 왔는데, NIH 홈페이지에는 지금까지 392개 교 학생 4만4천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돼 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자담배를 피운다고 응답한 12학년(한국 고교 3학년) 학생은 전체의 21%로, 그 비율이 거의 지난해(11%)의 두배였다.

또한 전자담배를 피운다는 10학년 응답률이 8.2%에서 16.1%로 약 두배가 되고, 8학년의 응답률도 3.5%에서 6.1% 급상승했다.

10학년과 12학년의 응답률 상승치는, 지난 43년간 이 조사에서 관찰된 단일 약물이나 단일 주류의 1년 증가 폭 가운데 가장 큰 것이었다고 한다.

이는 지난 1년간 미국 내에서 약 130만 명의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자가 늘어났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조사에는 미국 전역의 8·10·12학년생 1만3천850 명이 응답했다. 특히 무작위로 추출된 12학년생 절반에겐 흡연 행태에 관한 상세한 설문이 실시됐다.

중·고교의 전자담배 확산 추세는 지난달 발표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2018 전국청년흡연실태조사(2018 National Youth Tobacco Survey)에서 이미 전조를 보였다.

지난 1년간 전자담배 흡연이 고등학교에서 80%, 중학교에서 50% 증가했고, 고등학생의 21%가 현재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런 와중에 첨가 향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전자담배 브랜드 '줄(Juul)'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9월 스콧 고틀립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고교생들 사이에 전자담배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줄'을 비판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 후 FDA는 청소년의 니코틴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대부분의 가향(加香) 전자담배 판매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미 보건 당국이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탐닉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니코틴 중독 때문인 것 같다.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국장은 18일 전자담배 주의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하지만 전혀 해롭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몸에 해롭지 않은 니코틴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지면 마약류 등 다른 중독성 물질에 더 쉽게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전자담배를 쓰는 미국 중·고생 중에는 마리화나를 함께 피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로즈웰파크 암센터(Roswell Park Cancer Center) 연구팀이 최근 미국의사협회(AMA) 저널 '네트워크 오픈(Network Open)'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독성 화학물질 흡입량을 따질 때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로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함께 피우면 일반 담배만 피울 때보다도 독성물질을 더 많이 흡입한다는 것이다.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