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착수 이틀 만에 강제수사…수사 공정성 논란 불식 포석
압수물 분석 후 소환 돌입…민정 라인 줄줄이 소환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검찰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26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비록 임의제출 형식이기는 하지만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처음 집행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이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의 반부패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반부패비서관실은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들의 사무실이 있는 청와대 경내 여민관에, 특감반 사무실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있다.

검찰이 이날 건네받은 자료에는 이번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특감반 근무 시절 생산한 각종 보고 문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해 김 수사관이 첩보를 생산한 과정에 이인걸 전 특감반장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 직속 상관들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아울러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특감반의 첩보 내용을 어디까지 보고 받았는지도 검찰이 살펴볼 예정이다.

수사팀이 발 빠르게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수사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을 고발한 자유한국당과 김태우 수사관 측이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연일 압박하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의 강제수사가 늦춰질수록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질 거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관계자들을 고발한 사건은 동부지검에서 수사하고, 청와대가 김태우 수사관을 고발한 사건은 수원지검에서 수사하면서 '쪼개기 수사'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것 역시 검찰로서는 수사 공정성과 관련해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이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면서 당분간은 '청와대 수사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는 휘말리지 않고 수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청와대도 관련 법규에 따라 검찰 압수수색에 협조함으로써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은 피해 갈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군사·공무상 비밀 유지가 필요한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일부 제한하는 관련 법규에 따라, 청와대 경내에 진입하지 않고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뒤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지검은 이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전망이다.

우선 고발인인 한국당 관계자들 조사에 이어 김태우 수사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포함한 전·현직 특감반 관계자들이 줄줄이 소환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도 특감반의 직속 상관이라는 점에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민간인 사찰 의혹을 철저히 밝히려면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관계자들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검찰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압수수색은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조국 민정수석·박형철 비서관·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을 고발했고, 중앙지검은 이튿날 사건을 서울동부지검으로 이송했다. 동부지검은 지난 24일 사건을 형사6부에 배당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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