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양심적 병역거부자 "징벌과 다름 없어", 현역 복무자 등 "합리적"
일반 시민 사이에서도 찬반 팽팽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이효석 최평천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정부의 대체복무 방안이 교도소(교정시설) 36개월 합숙 근무로 결정되자 각계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번 정부안이 징벌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비판했고, 일반 시민 사이에서는 적합하다는 의견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국방부는 이날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복무 기간을 공중보건의사 등 다른 대체복무 수준인 36개월로 정하되 이후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1년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고, 교정시설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하며 합숙 근무하는 내용이다.

◇ 대체복무제 도입 자문위원회 위원들, 정부안 비판

국방부 대체복무제 도입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임재성 변호사와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 김수정·오재창 변호사는 이날 '정부의 징벌적인 대체복무안 수정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대체복무의) 여건이나 강도가 현역병보다 무거운 상황에서 복무 기간까지 2배로 설정하면 형평성은 무너지고 대체복무제는 징벌로 기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병역거부자들을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을 두고도 이들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인권침해를 대하는 반성이나 성찰이 조금도 담기지 못한 대체복무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이자 반전(反戰) 활동가인 이용석 씨도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체복무제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마련돼야 하는데 국방부 안은 그러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 씨는 "가장 큰 문제는 (대체복무 기관이) 교정시설이라는 것보다 단일한 시설이라는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를 보면 대체복무가 어떻게 국가와 사회에 보탬이 될지 고려해 공공적인 일, 사회 취약층을 돌보는 일을 다양하게 시킨다"고 말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손 모(37·남) 씨는 "벌이 아니라 정식 (대체복무) 절차를 만들어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지나치게 긴 기간 (복무) 시키는 것은 힘든 느낌이 있다. 벌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게 (기간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일반 시민들도 찬·반 갈려…"가혹하다" vs. "적절하다"

일반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징벌적인 성격을 갖춰 지나치다는 의견과 개인에게 선택권을 제시한 점에 비춰볼 때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공존했다.

대학생 이지영(26·여) 씨는 "종교 때문에 총 들기 싫다는 사람들의 양심적 자유를 지켜주려는 제도인데 현역병 복무 기간의 2배 동안 교도소까지 보낸다니 징벌적인 것 같다"며 "기간을 길게 잡더라도 노인이나 장애인을 돕는 등 사회 복지 쪽으로 고려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고 의견을 냈다.

육군 병장으로 전역한 김 모(32·남) 씨도 "교도소는 안 그래도 폐쇄적인 공간인데 대체 복무자들끼리 군대 문화를 형성하거나 사고라도 나면 또 제도를 바꾸는 등 사회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친구를 둔 이 모(34·여) 씨는 "교도소에서 복무하는 것은 전과 기록만 남지 않을 뿐 (징역형으로 처벌받는 것과) 상황은 똑같은 것 같다"며 "현역병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군인들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복무를 마친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충남 지역에서 방공포병으로 복무하고 2010년 제대한 김 모(30·남) 씨는 "36개월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복무 기간이 길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김 씨는 "36개월 동안 복무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건데 왜 인권침해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에 복무하고 2010년 제대한 한 모(31·남) 씨도 "병역은 헌법상 의무이지 입맛대로 골라 먹는 권리가 아니라는 걸 생각해야 한다"며 "대체복무안에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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