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기고] 전 언론인 김정빈

언젠가부터 1월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밀려오는 것만같은 느낌을 받게된다. 새롭게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의 설레임보다는 12월이라는 먼 수평선으로부터 점차 육중한 파도로 밀려와 내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세월은 가고 나이는 들면서 전 해에 다하지 못한것의 허무랄까 허망함이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일게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처럼 2019년의 한 해도 파도가 밀려오듯이 그렇게 내 앞에 밀려와 버렸다.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하고 우리는 또다시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올해도 역시 깨끗한 다이어리가 책상위에 놓여있지만 거창한 그 무엇보다는 내가 할수 있는 작은 일들이라도 실천해보아야겠다고 적어본다.

이를테면 가끔 아내의 설거지도와주기, 함께 살고있는 진돗개 순이 자주 안아주기, 피아노를 코드로 치는법 배우기, 도로에서 얌체운전하는 사람에게도 찌푸리지 않기.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주지 않기, 한국에 있는 나의 형제들을 위해 기도하기, 어디서든 다른 사람 흉보는 일은 하지않기…

이념과 편가르기가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서 이런 것들은 차라리 어처구니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작은 일에 사랑을 줄수없는 사람이 거창한 것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울리지않는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상대방을 증오하고 비난하면서 보내기에는 새해의 하늘은 너무 청청하고 명징하다.

남을 비난하고 열을 올렸던 모든 일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게 그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던가'고 느끼는 허망함.

오직 사랑하는 것, 후회없이 사랑하는 것, 그 것만이 나를 정화할수 있을 것이라고 마음먹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려보자.

어렸을 적에 서울의 홍제동에 있는 한 교회에 다닐 때 주일학교 여선생님이 내게 선물했던 작은 액자 크리스마스 선물이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그 액자에는 한편의 짧은 시가 예쁜 그림과 함께 들어있었는데 그것이 미국의 유명한 천재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1830-1886 )의 시였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한 해가 시작되는 1월에 문득 그 시가 생각난다. 시의 제목은 '애타는 가슴 하나 달랠수 있다면(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

애타는 가슴 하나 달랠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한 생명의 아픔을 덜어줄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래줄수 있다면,
헐떡이는 작은 새 한마리를 도와
둥지에 다시 넣어줄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올해는 이 시처럼 살아보아야겠다고 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