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로 폭발적 인기 입증…'현안 발언'에 관심 집중 불가피
정치 마다했던 문대통령 '운명'도 연상시켜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7일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정계복귀설을 극구 부인했으나, 세간의 관심은 오히려 더 커져만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시는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유 이사장의 호언장담에도 '정치인의 흔한 레토릭'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부터 '결국 시대의 요구에 이끌려 정치 무대 위로 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다양하다.

유 이사장은 이날 '가짜뉴스'를 바로잡겠다고 만든 팟캐스트 방송 '고칠레오'를 통해 정치에 다시 뛰어들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진심'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정치의 고통을 짚으며 "선거에 나가기 싫다", "무거운 책임을 안 맡고 싶다", "저는 정치인이 아니다", "가족도 을(乙)이 될 수밖에 없다" 등 비교적 선명한 언어로 정치와 선을 그었다.

이 과정에서 유 이사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로) 세상을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물을 가르고 온 것 같더라. 자네 정치하지 말고 글 쓰고 강연하고 하는 게 낫겠다"고 당부했다는 내용이다.

'가장 슬픈 친노(친노무현)'로 불리는 유 이사장이 굳이 노 전 대통령 얘기를 꺼낸 것은 자신의 진정성을 분명히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해석했다.

한 지인은 "유 이사장 주변에서는 아예 '정계복귀'라는 말을 금기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계복귀설이 잠잠해지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기로 한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폭발적인 관심을 끌면서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유 이사장의 '상품성'이 여실히 증명됐다는 것이 그중 하나다.

알릴레오와 고칠레오를 게시하는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은 사흘 만에 구독자 51만명을 돌파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의 'TV홍카콜라' 구독자 수는 3주 만에 22만명을 확보했다.

두 달도 더 된 더불어민주당의 홍보 채널 '씀' 구독자가 2만5천명을 겨우 넘긴 것과 비교하면 유 이사장의 대중적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한 것인가"라는 자조까지 나온다.

높은 인지도의 유 이사장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 자체가 '정치 행위'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정보를 제공하고 해석하는 언론 활동이 정치라면 앵커나 정치비평하는 분들도 정치인 아니냐. 저는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작가 활동 및 방송 출연은 생업 차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공개 발언을 지속하다 보면 유 이사장이 의도치 않게 정치의 중심에 놓일 수도 있다.

나아가 유 이사장을 둘러싼 정치 환경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흔들 수도 있다. 당장 유 이사장을 진보진영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필승 카드'로 보는 일부 지지층도 있다.

유 이사장이 과거 정계 진출 가능성을 일축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과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유 이사장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에서 조선 말기 자의와 무관하게 왕에 오른 철종의 역사를 자세히 언급한 대목이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는 당시 방송에서 "본인은 픽업됐는지 모르고 있는데 어느 날 왕 하라고 전갈이 와. 누구에게 안 한다고 해야 할지도 몰라. 수백명의 행렬이 와서 '승차하십시오' 하는데 안 탈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이 재야에서 책 쓰고 낚시로 소일하며 지내는 본인을 '강화도령'이라 불린 철종에 빗댄 것 아니냐는 구구한 해석을 낳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날 방송에선 '지지층이 제발 출마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여러 가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유 이사장이 팟캐스트 방송으로 이슈의 중심에 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한 정계복귀설은 정치권에서 계속 회자될 전망이다.

유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유 이사장이 자기 진심을 말하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의심 때문인지 기대 때문인지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