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 이름'항아'·'옥토끼·견우 직녀 '오작교'

중국

최초 달 뒷면 착륙 만큼
이름으로도 존재감 과시

중국이 우주 탐사선을 달 뒷면에 착륙시킨 것과 관련 인류의 우주 탐사 신기원을 이뤘다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뉴스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낸 데에는 중국의 작명(作名) 센스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화(神話) 속 인물 등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이 미지(未知)에 대한 세계인의 호기심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지난 3일 달 뒷면에 내린 무인 탐사선은 '창어 4호'다. 중국 '창어분월(嫦娥奔月)' 신화의 선녀 이름 '창어(嫦娥)'에서 따왔다. 한국에서 달의 여신으로 알려진 '항아'가 중국 발음으로 '창어'다. 신화 속 창어는 신묘한 약을 먹고 지상에서 달로 날아갔다.

창어 4호가 달 표면에 내려놓은 탐사 로봇은 '위투 2호'다. 창어가 승천할 때 품에 안고 갔다는 옥토끼가 바로 '위투(玉兎)'다. 달 뒷면에 있어 지구와 직접 교신하지 못하는 창어 4호를 지구와 이어주는 통신 위성의 이름은 '췌차오(鵲橋)'다. 견우, 직녀가 만나게 해주는 오작교(烏鵲橋)에서 따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탐사선 등에 절묘한 이름을 붙여 세계인의 호기심도 함께 자극했다"고 했다.

창어, 위투, 췌차오가 달 탐사에 낭만과 흥미를 더한다는 평도 나온다. 창어나 옥토끼는 서방에서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1969년 미국 아폴로 11 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 때 나사(NASA) 본부에서는 우주인들에게 "커다란 토끼와 함께 있는 여자가 있는지 찾아보라"고 농담을 건넸을 정도다. 가디언은 창어의 달 뒷면 착륙을 보도하면서 기사 제목에 '토끼야 뛰어라 뛰어(Run rabbit run)'라고 썼다. 이 문구는 영국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달의 어두운 뒷면'앨범 수록곡 가사다.

중국이 자국 문화 색채가 뚜렷한 이름을 고집한 배경에는 우주 탐사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서양의 우주 탐사 관련 명칭은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따온 경우가 많았다. 소련의 달 착륙 계획 '루나'는 로마 신화 속 달의 여신, 미국 '아폴로'는 그리스 태양신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