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2+1일' 무역협상 마쳐…고위급 협상 이어질 가능성 커
中 양보했지만 美측이 요구한 이행 확약·구조적 변화 '변수'
홍콩 언론 "트럼프, 멍완저우 석방 협상수단으로 활용 가능성"

(상하이·홍콩=연합뉴스) 차대운 안승섭 특파원 = 무역 전쟁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차관급 대표단 협상이 9일 마무리됐다.

아직 공식 설명이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대표단 쪽에서 일단 긍정적 평가가 나온 만큼 양국이 무역 전쟁 재개라는 파국을 선택하는 대신 일단 협상 불씨를 살려 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측 대표단의 일원인 테드 매키니 농무부 통상·해외농업 담당 차관은 이날 중국 베이징의 숙소인 웨스틴호텔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중국 측과의 협상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고 밝혔다.

매키니 차관은 협상 상황과 관련해 "좋은 며칠이었다"며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건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고 부연했지만, 더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이끄는 미중 대표단은 7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미국산 에너지·농산물 구매 확대를 통한 미중 무역 불균형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의 차별적인 기업 보조금 정책 축소, 외자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장 진입 규제 완화 등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다.

미중 대표단이 직접 마주 앉아 협상에 나선 것은 작년 12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90일간 조건부 무역 전쟁 휴전에 합의한 이후 처음이었다.

당초 협상은 7∼8일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하루 더 연장됐다. 이를 두고 미중 양측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아직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한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대표단 측에서 일단 긍정적인 발언이 나온 만큼 양측이 최소한 부분적인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대화의 불씨를 살려뒀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가 협의가 이뤄진다면 양국의 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이달 중 회동해 한층 진전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의 협상이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양국 정부는 향후 각각 자국의 협상팀으로부터 자세한 결과를 보고받고 추가 협상에 나설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에서 중국 측은 미국 농산물과 에너지 제품 수입 대폭 확대를 통한 무역 불균형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제기한 지식재산권, 시장 진입 제한, 기술 강제이전 등 문제와 관련해서도 나름의 개선 계획을 제시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무역 전쟁의 충격 속에서 급속한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중국은 서둘러 미중 무역 갈등을 봉합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번 협상을 앞두고 중국은 외국인투자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강제 기술이전을 금지하는 새 외국인투자법 초안을 마련했고, 미국산 차량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잠정 중단했다

협상 중에는 미국산 대두를 추가로 구매하고 미국 측의 오랜 요구 사항이던 유전자 조작 농산물 수입 허가 발표를 내놓는 등 우호적 협상 분위기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지식재산권, 기술 강제이전, 차별적 산업 보조금 지급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어 3월 1일로 예고된 무역전쟁 휴전 마지막 날 전까지 최종 협상 타결이 이뤄지려면여전히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시급한 무역 문제는 해결하기 쉽겠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과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 등과 같은 구조적 개혁과 집행 이슈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미국은 중국이 제시한 여러 양보안이 장기간에 걸쳐 확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확실히 짚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보다 강력하게 무역 전쟁 종결을 강력하게 희망하고는 있지만 시진핑 국가주석 등 지도부에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협상 결과가 굴욕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9일 사설에서 "중국은 비합리적인 양보를 함으로써 무역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은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 역시 분명히 밝혀왔다"며 "모든 합의에는 양측의 주고받기(give and take)가 있어야 한다"고 '대등한 협상'을 강조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의 석방 여부를 향후 미·중 협상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인 멍 부회장은 지난달 1일 캐나다에서 체포됐다가 같은 달 12일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났다. 멍 부회장 체포는 그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고 보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특별 고문을 지낸 넬슨 커닝햄은 SCMP에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기소 정책을 결정하며, 국제 문제에 있어 그의 재량권은 더욱 커진다"며 멍완저우 석방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멍완저우를 (대중 협상에 있어) 교환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볼 수 있다"며 "(멍완저우 석방 여부는) 백악관과 전반적인 (미·중) 협상 결과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협상에 도움이 된다면 멍완저우 사건에 관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