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 재밌는 걸 찾아보자"

스웨덴

세계 최고령 e스포츠 게임단 '실버 스나이퍼즈' 도전 화제
5면 단원 '세계 투어', 자녀 세대 이해 계기·건강도 챙겨

노인들이라고 해서 비둘기 모이나 주고 공짜 쿠폰을 모을거라 생각했다면 절대 오산이다.

일렬로 늘어선 컴퓨터 앞에 앉아 헤드셋을 통해 소통하고, 현란한 손놀림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들긴다. 바로 e스포츠다. 평균 은퇴 나이가 25세일 정도로 변화가 빠른 이 업계에서 세계 최고령 e스포츠 게임단의 도전이 젊은이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노인은 귀찮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 이들은 자녀 세대들과 소통하고 건강과 행복을 모두 챙기는 삶을 산다.
최근 CNN은 최고령 e스포츠 게임단인 스웨덴의 '실버 스나이퍼즈'(Silver Snipers)를 소개했다. 노인들을 지칭하는 '실버'와 총을 겨누고 싸우는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카스)'에서 쓰이는 스나이퍼 캐릭터에서 따온 이름이다.

팀원 5명의 평균 연령은 67세. 최고령자는 75세이다. 2017년 창단해 IT(정보기술)업체 레노보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 가을 처음으로 세계 투어에 나섰다.

이들이 취미 삼아 게임을 대충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시합을 위해 이들은 하루 수시간 게임 연습에 매진한다. 부족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 매일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허리 운동, 악력 운동 등을 비롯해 복싱까지 체계적인 관리도 받는다.

멤버당 승률은 2~15%. 아직은 초심자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카스 우승 10회에 빛나는 30대 코치의 지도 아래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고 있다.

멤버들이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손자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서, 내면에 쌓인 분노를 풀고 싶어서,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모였다. 딸이 자살을 택한 이후 치료의 일종으로 게임을 시작한 이도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 재밌는 걸 찾아보자는 의미였다.

실버 게임단의 열풍은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소개한 평균 연령 60대의 게임단은 요즘 인기인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주 종목이다. 홍콩 은퇴자협회가 지난해 6월부터 은퇴자들의 정신·신체 건강 증진을 위해 개설한 e스포츠 프로그램에 15명이 몰렸고, 이 중 8명이 팀원이 됐다. 이들은 하루 3시간씩 맹훈련을 한다.

핀란드에서도 노인들이 만든 '그레이 거너스'(Grey Gunners)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도 평균 나이가 60대이다. .

생애 처음으로 온라인 게임을 해본 노인들은 자녀 세대들을 이해하고 소통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직접 게임을 해보기 전에는 여느 부모님처럼 어린 친구들이 집에 틀어박혀 밤새도록 하는 게 게임이라고만 여겼으나 e스포츠는 사랑스러운 커뮤니티라고 입을 모은다. 노인이 더이상 귀찮은 존재, 피하는 존재가 아닌, 이제는 환영받는 존재로 변했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을 통해 건강도 챙길 수 있다. 2013년 UC샌프란시스코 연구진은 노인들이 게임을 즐기면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능력, 반응 속도, 기억력 등이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