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2015년 이후 외국언론 처음 만나…트럼프에 "위대한 대통령"
"조국 사랑하나 세계 해치는 일 하지 않을 것…화웨이 공기업 아냐"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정성호 기자 =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서방으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는 가운데 이 회사의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침묵을 깨고 대내외의 우려 해소에 나섰다.

이는 런 회장의 딸이자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孟晩舟)가 캐나다에서 체포되고 미국 주도로 화웨이 제품 퇴출 움직임이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중국 정부와 화웨이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런 회장은 15일 중국 선전(深천<土+川>)의 화웨이 캠퍼스에서 해외 언론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당국이 외국 고객이나 그들의 통신망에 대한 비밀정보를 요청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요청에는 분명히 '노'(No)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A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나는 조국을 사랑하고 공산당을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세계를 해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 정치적 신념과 화웨이 사업과는 밀접한 관계가 없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 등 서방을 중심으로 화웨이 통신장비를 채택할 경우 국가안보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이 안보 위험성을 제기하며 차세대 통신망인 5세대 이동통신(5G)망에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일본과 프랑스 정부도 화웨이 배제를 검토 중이다.

런 회장이 외국언론과 만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런 회장은 또 미·중 무역 분쟁의 한복판에 화웨이가 놓여있는 상황에 대해 "화웨이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 마찰에서 깨알 정도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운 뒤 "그는 기업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규모 감세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런 회장은 이어 "하지만 기업들과 국가들을 잘 다뤄서 그들이 미국에 기꺼이 투자하도록 하고, 정부가 충분한 세금을 걷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화웨이는 공기업이 아니다"면서 "화웨이가 일부 시장에 진출하는 걸 원치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좀 축소할 수 있으며 우리가 살아남아 직원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한 미래가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나는 전 세계가 통일된 기준을 세우는 것에 대해 강력히 지지한다"면서 "화웨이는 사이버보안과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확고히 고객의 편"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중국 정보기술(IT) 분야의 '기술 굴기(堀起)'를 상징하는 기업이다.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세계 1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2위 업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선두로 한 세계 각국의 견제를 받으며 시련기를 맞고 있다.

특히 런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는 대이란 제재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멍 CFO는 현재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캐나다에서 미국 송환을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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