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컵은 단골 손님이 됐다. 이제는 라리가 선발과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이다.

한국 축구 빅리그 최연소 데뷔 기록을 세운 18세 공격수 이강인이 자신의 5번째 1군 무대를 밟아 기립 박수는 받는 등 맹활약했다.

이강인은 15일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에서 열린 스포르팅 히혼(2부)와 스페인 국왕컵 16강 2차전에 선발 출전, 87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뒤 후반 42분 교체아웃됐다. 4-4-2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로 투입된 그는 비록 공격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으나 부지런히 공간을 파고들며 기회를 엿봤다.

이강인은 특히 0-0으로 맞선 후반 6분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오른쪽 땅볼 패스를 받은 뒤 날렵하게 몸을 돌려 슛 자세를 만든 다음,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왼발 슛을 날렸다. 공은 상대 수비수 발을 맞고 나갔다. 후반 13분엔 왼쪽 측면을 직접 뚫었다.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에서 수비수를 앞에 두고 패스를 시도했다. 아쉽게 공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나갔다. 이강인은 2-0으로 앞선 후반 42분 러시아 국가대표 데니스 체리셰프와 교체됐다. 발렌시아는 지난 9일 원정 1차전 1-2 패배를 딛고 이날 3-0으로 완승, 8강행에 성공했다.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국왕컵 32강 1차전 에브로(3부)와 원정 경기를 통해 꿈에 그리던 스페인 1군 무대에 정식 데뷔했다. 에브로와 홈 경기, 히혼과 16강전 원정 경기(풀타임)를 연속으로 뛰더니 지난 12일엔 라리가 바야돌리드전에 후반 막판 교체로 들어가 이천수, 이호진, 박주영, 김영규에 이은 한국인 라리가 5호 데뷔 역사를 썼다. 2001년 2월19일생인 이강인은 바야돌리드전 당시 만 17세 327일의 나이를 기록, 한국인 빅리그 최연소 데뷔 및 발렌시아 외국인 선수 최연소 데뷔 기록을 한꺼번에 갈아치웠다.

이제 그의 목표는 라리가 선발과 UEFA 클럽대항전 출전, 생애 첫 1군 득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은 라리가 데뷔 전에도 18인 엔트리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다만 같은 포지션에 러시아 스타 체리세프가 있고, 발렌시아가 성적 부진(강등권과 4점 차)으로 감독 경질설에 휩싸이다보니 선발 출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왕컵에서 날로 기량이 늘어가는 만큼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강인이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도 이강인의 성장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이뤄야 할 것은 1군 데뷔골, 라 리가 데뷔골이다. 스트라이커는 아니지만 왼쪽 날개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만큼 골과 도움의 부담을 피해갈 순 없다. 이번 시즌 2~3골만 기록해도 다음 시즌 그의 1군 본격 활약을 충분히 점칠 수 있다.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