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도둑질 구조개혁 요구에 불굴의 저항"
내일은 트럼프-류허 회동…극적 돌파구 나올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무역 전쟁을 해소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협상이 접점 없이 전반전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30일(현지시간) 시작된 장관급 협상은 미국의 구조적 개혁 요구에 중국이 굴하지 않고 맞서는 형세로 진행됐다.

협상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부문 '복심'으로 불리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활약해온 류허 중국 부총리가 대표로 나섰다.

블룸버그는 아침에 시작된 회의가 실무 만찬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온종일 이어진 협상에서도 핵심의제를 두고 양국은 평행선을 달렸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 소식통은 양국 관리들이 이번 협상을 위해 만난 지난 29일 준비 실무회의에서조차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위급 협상에서 양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문에서 이견을 보였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의 통상·산업 정책에 대한 구조적 개혁이 난제라는 관측은 협상 전부터 지배적이었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침해,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사이버 산업정보 수집 등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라고 중국에 촉구하고 있다.

나아가 이런 관행을 근절할 개혁뿐만 아니라 그 개선안을 강제로 이행할 장치까지 마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기술 도둑질'로 주장하고 있는 불공정 관행을 일축하며 의제로 거론하는 것조차 꺼려왔다.

다만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요 금지를 강화하는 법률 개정에 들어가는 등 미국이 불만을 품기 때문에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신호는 보내왔다.

미국 기업들의 이익단체들은 중국에서 이런 법규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국가체계 내에서 이뤄지는 기술이전 강요 문제는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위급 협상은 일단 이틀간 협상하기로 예정된 만큼 일단 31일 재개될 예정이다.

백악관이 발표한 대통령 일정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류 부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면담한다.

시진핑 주석의 특사 격인 류 부총리와의 대화에서 모종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초 정상회담에서 무역 전쟁을 멈추고 90일간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시한인 오는 3월 1일까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중국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글로벌 경기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따른 국가안보 우려를 들어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렸다.

중국은 이에 맞서 1천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 세계 경제 1, 2위의 통상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므누신 장관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양보 수준에 따라 추가관세 중단뿐만 아니라 기존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중국을 비롯한 해외 경제권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중 관세전쟁이 어떤 수준까지 완화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