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정사역단체'하이패밀리', 일제 관습 배제한 기독교적 장례 대안 모델 제시 눈길

'삼베수의''유족 완장''국화 헌화'등은 일제의 잔재
"유가족 상처 보듬고 죽음 의미 되새기는 사역" 강조

우리 조상들은 생전에 고인이 입었던 가장 좋은 옷을 수의로 사용했다. 그래서 조선 시대의 묘를 이장할 때 발견된 수의는 비단이나 명주로 만들어진 화려한 복색이다. 삼베 수의를 만들어 고인에게 입히는 풍습은 일제의 잔재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1934년 '의례준칙'을 통해 관혼상제 같은 우리의 전통 생활양식을 일본식으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빼앗긴 길, 한국 상·장례 문화의 식민지성'이라는 주제로 지난 21일까지 서울시청 로비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우리 장례문화에 남아 있는 일제의 식민지성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다.

전시회 자문을 맡은 김미혜 서라벌대 장례서비스경영학과 교수는 30일 국민일보 전화 인터뷰에서 "신라의 경순왕 아들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고 서러움에 삼베옷을 입었다고 유래한다"며 "삼베옷은 죄인이라는 뜻이다. 삼베 수의를 확산시켜 비단 등을 공출하려고 한 식민지 정책의 하나"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또 "장례식 등 군중이 모인 자리에서 독립운동을 모의할까 봐 완장을 채워 장례식의 주최자와 참석자를 구분했다"며 "장례식에서 국화 헌화가 일반화됐는데 국화는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꽃이다. 우리 민족은 원래 수파련이라는 꽃이나 병풍을 장례식에 사용했다"고 했다. 삼일장도 일제의 장례 간소화 정책에 따라 생긴 것이다. 원래는 최소 100일에서 삼년상을 치렀다.

그렇다면 일제 관습이 있는 장례문화를 넘어 미래에 대한 소망을 주는 기독교 장례문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공동대표 송길원 김향숙)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기독교적 장례 대안 모델을 제시했다.

송길원 공동대표는 "일제가 우리를 억압하기 위해 만든 장례문화는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이라며 "교회는 기독교 장례문화를 통해 상심한 유가족을 위로하고 미래에 대한 소망과 복음을 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향숙 공동대표는 "유가족 중 장례식 때 받은 상처 등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있다. 교회는 유가족의 상처를 보듬고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것이 가정 사역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청란교회에선 이렇게…

청란교회는 최근 성도들의 뜻을 모아 기독교 장례절차를 제정했다. 중심 성구는 "성도의 죽는 것을 여호와께서 귀중히 보시는도다."(시 116:15) "의인은 그 죽음에도 소망이 있느니라."(잠 14:32)
▶장례예배는 '천국 환송 예배'로 드린다. 허겁지겁 치르는 삼일장이 아닌 준비된 장례를 치른다. 원래 우리 민족은 최소 7일부터 삼년상까지 치렀다. 가족과 교회 성도들은 임종 후 24시간 동안 가족끼리 충분한 애도와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병원 장례보다는 교회의 가족장을 우선한다.
▶염습은 병원 또는 장례 전문 업체를 통해서 하며 수의는 삼베옷 대신 고인이 즐겨 입은 평상복이나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입힌다. 성경에서도 베옷은 죄를 지어 회개할 때 입는 옷으로 상징된다.
▶가능하면 장례식장에 화환과 꽃장식은 배제하며 성경 구절이 담긴 '메시지 병풍'으로 격을 갖춘다. 영정 사진 외에 고인의 사진을 전시해 그의 삶을 빛나게 한다. 헌화는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흰 국화꽃이 아닌, 고인이 좋아한 꽃 등으로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