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축소 세계적인 현상, 유럽 초고속 변화…美도 인구 10만명당 31개 수준 급감
[뉴스진단]

모바일 뱅킹 젊은층, 2020년 지점방문 횟수 연 2회
"온라인·오프라인 통합'옴니 채널'로 지점 바꿔야"

#한국.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나섰던 지난 1월 8일. 서울 광화문과 명동 일대 국민은행 지점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창구에서 고객을 맞는 직원이 평소보다 적었지만 업무 처리에는 별 지장이 없는 듯 했다. 파업으로 국민은행 직원 3분의 1이 자리를 비웠는데도 일선 지점에서는 큰 혼란이 없었다. 모바일 뱅킹 등 기술 발전에 따른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 지점이 많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사례다.

5일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성인인구 10만명당 은행 지점 수는 12.24개를 기록했다. 2016년(12.52개)보다 소폭 감소하면서 은행 지점 증가세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 세계 성인인구 10만명당 은행 지점 수는 2004년 9.22개에서 2008년 11.32개, 2013년 11.91개 등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동안 증가세가 정체됐다가 2012년 이후 다시 늘어나는 중이었다. 하지만 2017년에 이같은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은행 지점이 빠르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가장 빠르게 은행 지점이 사라지고 있는 지역은 북유럽이다. 핀란드의 경우 2008년에만 해도 성인인구 10만명당 은행 지점 수가 16.06개였는데 2017년에는 1.43개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사실상 은행 지점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덴마크도 같은 기간 성인인구 10만명당 은행 지점 수가 50.45개에서 20.69개로 줄었고, 스웨덴은 23.57개에서 16.16개로 감소했다. 북유럽은 땅이 크고 인구가 적은 탓에 금융산업의 비대면 전환이 유난히 빨랐다는 분석이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비슷한 상황이다. 2008년에서 2017년 사이 성인인구 10만명당 은행 지점 수는 미국이 35.15개에서 31.46개로 줄었고, 독일은 16.32개에서 12.89개로, 프랑스는 44.54개에서 35.86개로, 캐나다는 24.61개에서 21.47개로 감소했다. 한국도 이 기간에 성인인구 10만명당 은행 지점 수가 18.69개에서 15.45개로 줄었다. 주요 선진국 중에는 일본만 제자리걸음을 했다.

영국의 컨설팅 전문업체인 'CACI'에 따르면, 은행 고객 한 명이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횟수는 2017년에서 2022년 사이에 36% 감소할 전망이다. 현재는 고객 한 명이 연평균 은행 지점을 일곱 차례 방문하는데 이 횟수가 2022년에는 네 차례로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18~24세의 젊은 층은 2022년에는 은행 지점 방문 횟수가 연 2회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LA카운티도 지난해 은행 지점 33곳이 폐쇄됐다. 이는 2008년 34개의 지점이 폐쇄된 이래 최대치다.

이에따라 은행 지점의 역할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모바일, 오프라인 어느 플랫폼으로 접근하든 고객 입장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은행 지점을 '옴니 채널'의 일부로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가주 한인은행도
올해 행보 시선집중

이처럼 은행 지점 축소가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남가주 한인은행들은 전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한인은행들은 아직 지점망이 부족한 형편이어서 영업망을 더 확장해야하고, 지점이 수익을 창출하는 창구라는 시각이 더 우세다. 한인은행 대부분이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SBA론이나 상업용 융자에 주력하고 있고 주류은행과 달리 고객과의 직접 대면을 통한 영업 방식을 중시하기 때문에 지점 축소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 등이 올 상반기 각각 10%의 지점폐쇄를 예고한 가운데 추세가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