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사망·70여명 중경상, 107가구 아파트 주민 건물 옥상 대피
40년 된 노후 건물 4층부터 스프링클러 없어 피해 키워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김선형 기자 = "시커먼 연기가 창밖으로 올라와서 복도로 나왔는데 이미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주민 10여명과 바로 옥상으로 대피했죠."

19일 이른 아침 불이 난 대구 도심 사우나 건물 위층 아파트에 사는 박정수(82)씨는 2시간도 채 안 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두 눈부터 질끈 감았다.

불이 난 중구 포정동 7층 건물에는 소방 경보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건물 7층에 사는 박 씨는 아무런 비상벨을 듣지 못했다.

박 씨는 "대피방송도 비상 알람도 전혀 안 들렸다"며 "그때 창밖을 보지 않았으면 불이 난 줄 모르고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건물 5층에 사는 우모(50) 씨는 다행히 비상벨을 들었다.

우 씨는 "아침 7시 조금 지나서 매캐한 냄새가 났다"며 "뭐가 타나 싶어서 집안을 둘러보는데 불이 났다는 소방 비상벨이 울려 신발부터 신고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불길은 이날 오전 7시 11분께 이 건물 4층 목욕탕 입구에서 시작됐다.

이 불로 2명이 숨지고 70여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1명은 중상이다.

불이 난 건물은 7층 규모로 1977년 건축허가가 났고 1980년 7월에 준공되면서 사용허가가 났다.

건축물대장에는 백화점 아파트 근린생활 시설이라는 긴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 요즘 말로 주상복합아파트라고 할 수 있다.

연면적이 2만5천90여㎡로 1∼2층은 식당 등 상가, 3∼4층은 목욕탕, 찜질방 등이 들어서 있고 5층 이상은 아파트로 107가구가 살고 있다.

화재 당시 이른 아침부터 4층 목욕탕에는 남녀 20여명이 있었다.

목욕탕 밖 복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연기가 탕 내부로 스며들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손님들은 대부분 얼굴에 수건 등을 감고 건물 밖이나 옥상으로 대피했으나 남자 이용객 2명은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소방당국의 진화는 대체로 신속했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소방차 등 50여대를 동원해 20여분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유독 가스로 인해 2명이 사망하는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40년 전에 지은 건물로 스프링클러가 3층까지 있고 4층 이상은 없어 재빨리 불은 껐지만 인명 피해가 났다"고 말했다.

sunhy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