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있는 세인트 마이캔스 교회에서 십자군 병사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800년 된 미라 머리가 사라지는 등 유물이 파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세인트 마이캔스 교회는 문을 열 준비를 하다가 관람용으로 전시됐던 미라들이 훼손당한 사실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26일 보도했다.

교회 측은 여러 침입자가 지하묘지에 들어와 미라를 뒤집어 몸에서 머리를 분리해 가져갔고, 400년 된 한 수녀의 유해도 훼손했다고 밝혔다.

머리가 없어진 미라는 11세기 말부터 13세기까지 8차에 걸쳐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에 이어졌던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병사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첫 십자군 원정이 이뤄졌던 11세기 무렵 처음 지어졌다가 개축을 거쳐 17세기에 현재의 모습을 대부분 갖춘세인트 마이캔스 교회에서는 지난 1996년에도 지하묘지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관계자는 "이들(침입자들)의 행동은 대단히 충격적인 신성 모독"이라며 관련 정보를 알고 있다면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더블린대교구의 디어미드 마틴 대주교도 성명을 내고 "(침입자들은) 성스러운 묘지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세인트 마이캔스 교회에 수백 년간 보존됐던 역사적인 미라도 파괴했다"면서 침입자들이 "양심을 지켜 십자군의 머리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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