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 메신저 장착…세계 27억명 소통방식 영향주나
사생활 침해·가짜뉴스 등 각종 부작용에 저커버그 승부수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표에서 소규모의 안전한 소통으로 서비스의 초점을 옮기기로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디지털 도시광장'에서 '디지털 거실'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6일(현지시간) '사생활에 초점을 둔 소셜네트워킹의 비전'이라는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자사 주력제품들이 지향해갈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왓츠앱과 같은 암호화한 메신저 서비스를 장착해 이용자들이 소규모나 일대일로 비공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이용자들이 보안을 최대한 강화한 그 메신저 체계를 토대로 전화통화, 영상 채팅, 대금결제, 전자 상거래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의 이런 변화는 그간 글, 사진,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대중에게 알리는 기능을 해온 소셜미디어가 사생활 보호가 강조되는 시류에 따라 사적인 장소로 진화해가는 환골탈태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페이스북이 변화를 통해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방식, 서로 연결되는 방식을 재규정할 것"이라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가 전 세계 27억명 이상"이라며 "일부 국가에서 페이스북이 만든 앱들이 인터넷 그 자체로 인식되는 등의 장악력을 고려할 때 사회, 정치,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변화"라고 진단했다.

저커버그는 소셜미디어가 광장에서 거실로 옮겨가는 것이라는 비유를 들어 변화상을 예고했다.

그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지난 15년간 디지털판 도시광장에서 사람들이 친구, 공동체, 관심사와 연결되는 것을 도왔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디지털판 거실에서 비공개로 연결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 노출되지 않을 때 더 솔직하고 자유로운 소통, 소셜미디어의 제대로 된 기능이 발현할 것이라는 자체 진단도 뒤따랐다.

저커버그는 "인터넷의 미래를 생각할 때 오늘날 개방된 플랫폼보다 사생활에 초점을 둔 소통 플랫폼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사생활이 보호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더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데다 더 많이 연결될 자유를 얻는데 이게 우리가 소셜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의 비전 변화가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저커버그는 왓츠앱 메신저에 사용되는 암호화 표준을 최소 올해 말까지는 다른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자사 플랫폼들을 완전히 통합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호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어떤 플랫폼을 쓰더라도 다른 플랫폼 이용자와 안전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저커버그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플랫폼의 새 원칙으로 ▲누구와 소통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적인 상호작용 ▲대화의 보안수준을 현격히 높이는 종단간 암호화 ▲과거 게시물이 나중에 이용자에게 해롭게 작용하지 않도록 유효시한을 두고 삭제하는 영속성 감축을 들었다.

그 외에 ▲이용자 보안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안전성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다른 앱들과의 호환성 ▲표현의 자유와 같은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국가들에서 정보유출 차단을 강화하는 저장 안전성도 원칙으로 제시했다.

페이스북의 이번 변화는 수년간 사생활 침해를 방치한다는 비판에 곤욕을 치른 끝에 나온 것으로 주목된다.

비판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중과 즉각적으로 공개되는 게시물 공유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의 정보기관들은 가짜뉴스를 유포해 다른 국가들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데 페이스북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질병을 예방할 백신 주사가 몸에 해롭다는 등의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기괴한 이데올로기 집단에 활용되는가 하면, 기업들이나 정치 컨설팅업체들은 페이스북에서 노출되는 각종 정보를 표적 광고나 유권자 포섭에 활용했다.

이런 논란 속에 페이스북을 향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해 작년 9월 미국 퓨리서치센터에서는 페이스북 이용자 4분의 1이 스마트폰에서 앱을 지웠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치했다는 논란을 인정했으나 그 원인이 태생적이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둔 플랫폼을 개발할 능력도 없고 개발을 원하지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 보호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현재로서는 명성이 높지 않고 예전부터 더 개방적인 공유를 위한 도구에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