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나는 판매로 737 명성 높이다 사고 되풀이
자동항법장치 결함 우려…"보잉 최신버전 미래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해 충격을 안긴 보잉 737 맥스는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객기 시리즈의 명맥을 이은 기종으로 평가된다.

1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만드는 보잉 737 시리즈는 1967년 출시 이후 지구촌을 고객으로 사로잡아 여객기의 대명사로 군림했다.

특히 보잉 737은 업계 전반에 치명적 항공기 사고가 점점 줄어 희소해진 가운데서도 안전성을 높여가며 다른 기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공을 누렸다.

이번에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한 보잉 737 맥스 8는 그런 명성의 첨단에 있는 최신 버전으로 기대를 받아왔다.

보잉은 2011년 8월 30일 고객 5곳으로부터 500대 정도의 주문을 받으며 보잉 737 맥스를 시장에 내놓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존 보잉 시리즈의 엔진을 개조한 737 맥스는 유럽의 경쟁사인 에어버스의 A320네오와 경쟁하려고 내놓는 기종이었다.

보잉 737 맥스는 A320네오보다 9개월 늦게 시장에 나왔으나 신속하게 판매량을 늘려갔고 결국에는 5천대를 넘는 주문을 따내는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고객들에게 인도되기 전에 보잉 737 맥스는 기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굴곡을 겪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자회사인 엔진 공급업체 CFM 인터내셔널은 맥스의 터빈 부품에 질적인 하자가 있을 수 있다고 2017년 5월 13일 경고했다.

첫 인도는 이에 따라 잠시 지연됐으나 며칠 뒤 규제 당국은 대체 엔진을 달고 운항한다는 조건을 달아 운항 허가를 내줬다.

첫 보잉 737 맥스 8는 인도네시아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로 건너가 2017년 5월 22일부터 운항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에어셔틀 ASA는 두 번째 보잉 737 맥스 8를 인도받아 대서양을 횡단하는 항로에 투입했다.

이후 1년 동안 보잉은 보잉 737 맥스 8가 연료를 14%나 절감한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사전에 약속한 대로 입증했다.

그러나 2018년 10월 29일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

인도받은 지 2개월 보름 정도 된 보잉 737 맥스 8가 투입된 라이언에어 610편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이륙한 지 11분 만에 자바해로 추락한 것이다.

탑승한 189명은 모두 숨졌다.

사고원인을 둘러싸고 자동항법장치가 데이터를 잘못 읽어 오작동했을 가능성이 관심이 쏠렸다.

라이언에어는 이전 운항에서도 이런 오작동을 겪었다는 조종사들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보잉은 같은 해 11월 29일 조종사들에게 오작동 가능성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보잉 737 맥스 8의 '받음각'(angle of attack) 센서가 상황을 잘못 읽어 기체가 속도를 잃고 중고도에서 추락한다고 자동항법장치가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항법장치는 필요한 수준으로 속도를 높이려고 갑작스러운 강하를 시도하는데 상황 자체가 오판된 터라 이 과정에서 추락사고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잉은 조종사들이 훈련 매뉴얼에 있는 대로 조치하면 이런 급강하에 대처할 수 있다고 당시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국가교통안전위원회는 추락한 라이언에어 610편의 블랙박스를 분석해 작년 11월 28일 사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승무원들이 오작동하는 여객기를 다시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사고기의 조종석 음성 녹음장치가 올해 1월 발견됨에 따라 분석에 들어갔으며 올해 8월까지 사고경위 조사의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상황 설명이 석연치 않고 불명확한 가운데 지난 3월 10일에는 대형 인명사고가 또 불거지고 말았다.

보잉 737 맥스 8로 운영되던 에티오피아항공 302편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이륙한 지 6분 만에 추락해 157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숨졌다.

불과 4개월 만에 같은 기종에서 되풀이된 참사 때문에 보잉 737뿐만 아니라 복잡한 조종사·자동항법장치간 인터페이스 체계를 둘러싼 우려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블룸버그는 보잉 737 맥스의 최신 버전은 엄청난 주문과 함께 보잉 737의 명성을 높였으나 5개월 새 350명에 가까운 목숨을 앗아간 참사 때문에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