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류층 가정 '외국서 한달 살기 열풍'

[중국]

해외 부동산에 돈 투자, 장기 비자 신청
정부 통제로 뚝 끊긴 해외이민 대신 인기
"자녀들과 함께 새로운 트렌드 자리매김"

중국 부유층 가정을 중심으로 대기 오염과 권위주의적인 공산당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국에서 한달 살기'열풍이 불고 있다고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중상류층 시민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한달 이상 장기 체류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모그·미세먼지 등 심각한 대기 오염과 안전한 식품·의약품에 관한 우려, 억압적인 중국 공산당 정부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 중상류층이 새로운 방법을 찾은 셈이다. 이들은 해외 부동산에 돈을 투자하고 장기 비자를 신청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 통제 등으로 해외 이민이 어려워지자 임시방편으로 해외 장기 여행으로 눈을 돌렸다. 수년 전부터 중국에서 해외 이민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중국 정부가 자본 해외유출을 통제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으로 인해 해외 이민이 까다로워졌다.

장기 해외여행이 늘어난 데는 장기 체류 비자 발급이 가능해진 데다 항공권 가격이 하락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유한 중국 중산층 가정은 미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를 비롯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한 번에 최대 6개월간 머무를 수 있는 5~10년 만기의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항공권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2011년 상하이-뉴질랜드 왕복 항공권은 1만4000위안(약 24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4000위안(약 67만원)정도면 된다.

지난해 중국인 해외여행 건수는 전년보다 13.5% 는 1억4000만건이었다. 이들의 해외 소비액은 약 1200억 달러(약 136조원)로 집계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장기 해외여행으로 추정된다.
상하이 닝보에서 온라인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해외 장기 여행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중국 중산층 가정은 해외 이민과 주택 소유를 하기 어려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생활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원한다"고 했다.

물론 중국 중산층의 장기 해외여행이 늘어난 데는 자녀에게 중국과 다른 세계적인 생활을 누리게 하고 싶은 바람도 작용했다.

자녀와 함께 매년 한두 달씩 해외에 머무를 계획이라는 한 여성은 "내 자녀들이 중국에서만 자라는 걸 원치 않는다"며 "더 많은 자유와 세계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충분한 시간과 돈을 가진 중국 중산층에게 장기 해외여행은 앞으로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