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옆문 입학' 대입 부정 美 '패닉'

[이슈진단]

시험관 매수·포토샵 학생 얼굴 바꾸기 등 뻔뻔 범행
판 커지는 스캔들… "761가족 봐줬다" 통화도 확보

'축구를 전혀 모르는 10대 소녀가 정말 마법 같이 예일대 축구부에 스카우트 됐다. 이를 위해 그 소녀의 부모가 낸 돈은 120만 달러였다.'

미국 역사상 최대 입시비리 사건<본보 3월13일 보도>이 발각돼 미국 사회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매사추세츠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기소된 50명 가운데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캘리포니아의 입시 컨설턴트 '에지 칼리지&커리어 네트워크'의 윌리엄 싱어 대표는 유죄를 인정했다. 그는 15년~19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될 전망이다.

뉴욕 타임스는 "입시부정은 그 범위와 (수법의) 뻔뻔함을 고려할 때 충격적인 것"이라며 "미국의 가장 부유하고 특권적인 학생들의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를 위해 (미국의 입시) 시스템뿐 아니라, 대학 교육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평범한) 학생들을 속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수법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는 시험 감독관을 매수해 에스에이티(SAT)와 에이시티(ACT) 등 미 대입시험에서 대리시험을 치게 하거나 답안을 바꿔치는 방식이었다. 싱어는 이를 위해 고객들에게 입시를 앞둔 자녀들이 '학습 장애'등의 질환을 앓고 있다는 의료 진단서를 받아오게 했다. 그는 이 진단서를 근거로 학생들이 싱어가 매수한 시험 감독관이 배치된 LA와 휴스턴의 '특정 고사장'에서 따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했다.

둘째 수법은 체육특기생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었다. 싱어는 주요 대학의 체육 감독들을 매수해 고객의 자녀들을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켰다. 싱어는 이 과정에서 경기 사진에 해당 학생들의 얼굴을 입하는 '포토샵질'까지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이렇게 명문대 입학에 성공한 학생들 중엔 해당 스포츠를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한 뒤엔 '부상을 당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스포츠부를 탈퇴했다.

이번 사건은 부모의 재력을 통한 '기여 입학제'가 널리 허용되는 미국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금까지 미국 대학입시엔 학생들이 실력으로 합격하는 '앞문 입학'과 부모들이 해당 학교에 거액의 기부를 해 입학 확률을 높이는 '뒷문 입학'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싱어는 12일 법정에서 "나는 '옆문'을 만들었다. 이는 (입학을 보장하는 것이기에) 학부모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761가족이 옆문으로 들어갈 수 있게끔 편의를 봐줬다"는 그의 통화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12일 체포된 유명 배우 허프먼은 2017년 말 딸의 에이시티 시험의 부정을 돕는 대가로 컨설팅 업체에 1만5000달러를 지급했다.

또 다른 배우인 러프린은 두 딸을 USC 조정부 특기생으로 입학시키기 위해 총 50만달러를 뇌물로 지급했다. 또 변호사 캐플런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딸을 위해 7만5000달러를 지급하고 대리시험을 치게 했다.

미 사법당국은 '바서티 블루스 작전'이라 이름붙은 이 수사가 지난해 5월 시작됐으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추가 기소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딸의 대학입시 부정을 위해 입시 컨설턴트 업체에 1만5000달러를 지불한 혐의로 12일 미 연방 검찰에 체포된 헐리우드 스타인 펠리시티 허프먼이 로스엔젤레스의 법원 건물에서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

로스엔젤레스/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