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노인의 마지막 말 "안녕 형제여”

사원내 다른 이들 보호위해 나섰다 첫번째 희생
생존자들 유가족에 "네 아버지가 우리를 살렸다"
총격범 저지위해 몸 던진 작은 영웅들 얘기 속속

야마 나비는 15일 발생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알 누르 이슬람 사원 총격에서 아버지 다우드 나비(71)를 잃었다. 총격범 브렌턴 태런트(28)를 막아선 사람이 바로 야마 나비의 아버지 다우드 나비 였던 것이다. 다우드 나비의 마지막 말은 "안녕 형제여(Hello brother)"였다.

용의자가 버린 총을 들고 좇아가서 용의자 차 유리를 부순 용감한 남성들 등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 후 속속 전해지고 있다.

16일 현지 외신들에 따르면 다우드 나비는 알누르 사원내 다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용의자인 브렌턴 해리슨 태런트(28)의 앞을 막아섰다가 첫 희생자가 되었다. 1970년대 후반 아프간 난민으로 와서 뉴질랜드에 정착한 71세 노인인 그는 뉴질랜드를 '낙원'이라고 생각해왔다.

그의 가족들은 생존자들로부터 "당신의 아버지가 우리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는 말을 들었다.목격자들에 따르면 나비는 총으로 무장한 용의자의 앞에 뛰어들며 상황을 누그러 뜨리고 시간을 벌려는 듯 "안녕 형제여"(hello brother)라고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

그 말에 아랑곳않고 용의자는 총을 난사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슬람인의 친절과 용기를 보여준 그에 대한 애도의 글이 넘쳤다.

생존자 중에 총격범을 저지하기 위해 몸을 던진 남성들도 있었다. 브렌턴 태런트가 알 누르 사원에서 5마일(약 8km) 정도 떨어진 린우드 사원으로 옮겨 범행을 이어갈 때, 아흐메드 칸은 사람들을 모아 역으로 공격할 계획을 짰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그 자를 붙잡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가 우리 모두를 쏠 거라고요. 범인은 총알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알라비 라티프와 압둘 아지즈(48)라는 남성 2명이 동참했다.

압둘 아지즈는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집어 총격범에게 던졌다. 주차된 차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범인의 총알을 피했다. 태런트가 탄약을 가지러 차로 돌아가자 그의 뒤를 쫓아 차를 향해 빈총도 던졌다. 경찰은 나중에 뒷 유리창이 깨진 차량이 쉽게 눈에 띈 덕에 도주하는 범인을 붙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압둘 아지즈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어줄 준비가 돼 있었다"고 했다.

아흐메드 칸은 범인이 자신의 차로 돌아간 틈을 타서 다친 어린이 한 명을 사원 안쪽으로 옮겼다. 팔을 다쳐 쓰러진 한 남성도 끌고 들어와 숨겼지만 범인이 이미 본 뒤였다. "(다친 남성이) 물을 좀 달라고 하길래 경찰이 왔으니 안심하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범인이 창문 쪽으로 와서 그의 머리에 총을 쐈죠."

최소 50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친 이번 총격은 15일 오후 1시 42분 알 누르 사원에서 시작됐다. 당시 금요 예배가 진행 중이던 사원 안에는 300여명의 사람이 있었다. 범인은 이후 린우드 사원으로 이동해 총기를 난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태런트를 체포하기까지는 총 36분이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