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말을 못알아 들어. 너 이름이 뭐야? 당장 매니저 바꿔!"

[뉴스진단]

서비스 관련 직종 근로자 우울증 등 사회문제 비화
마음의 상처 극한 스트레스 심한 경우 자살 충동도

"표 끊으려고 새벽 5시부터 잠도 못자고 전화했는데 왜 전화를 안받아?"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는 6시부터 오픈입니다." "죄송하면 다야? 내가 잠도 못자고 이 고생인데 너 이름 뭐야? 당장 매니저 바꿔!"

LA 한인타운에서 한 국적 항공사의 항공권 발매 업무 서비스직에 종사하던 황모씨(27)는 최근 주먹만 안썼다 뿐이지 그보다도 더 심한 고객들의 언어 폭력에 시달리다가 결국 퇴사했다. 황씨는 전화 응대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막말을 하는 고객들에게 직업 특성상 뭐라고 받아칠 수도 없는 상황이 올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등의 스트레스 증상을 경험했다. 황씨는 "내 탓이 아니어도 사과를 하고, 고객이 퍼붓는 흉칙한 말들을 다 들어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예민해서 남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거나 욱하는 성향의 동료들은 업무 중에 쉽게 우울해지고 힘들어해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 사회에서는 감정노동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생기는 스트레스로 소화불량, 불면증, 생리불순 등의 증상을 경험하며 나아가 정신질환과 자살로 이어져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한국서는 그 강도가 더 심하다.

한국 한양대 의대 김인아 교수의 '노동자 과로자살 현황 및 대책'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만 3092명의 자살 사망자 중 34.1%를 차지한 4470명의 근로자의 자살 직업군은 서비스 판매종사자로 28.5%의 최다 수치를 차지했다.

또한 지난 1월 고려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한규만·한창수 교수팀은 서비스 판매직 근로자 2055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겪는 감정노동이 우울증상 위험을 높이며, 감정노동을 심하게 요구받고 직무 자율성이 낮으면 자살 충동이 최대 4.6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인가정상담소의 김지혜 상담사는 "본인의 실제 감정상태와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감정을 강압적으로 억누르는 데서 오는 정신적, 신체적인 문제를 유발해 이로인한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상담사는감정노동자들이 매 순간 본인의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감정이 올라올 때 심호흡을 하고 잠시 해당 공간에서 벗어나 산책 등의 휴식을 갖고 ▲같은 일을 겪는 동료들과 감정을 교류하여 상황을 일반화시켜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며 ▲일을 개인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만의 업무 경계선을 만들라고 바운더리를 세팅하라고 조언했다.

☞감정노동이란

업무 중 고객을 직접 접객하며 실제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표현해야 하는 노동을 말한다. 주로 간호사, 교사, 사회복지사, 은행 창구 업무자, 백화점 판매원, 전화 상담원, 항공사 승무원 등을 대표하는 서비스 관련 직군이 감정노동자로 분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