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분노에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나선 승리는 정준영과 얼마나 다를까. 그의 말에는 얼마나 진정성이 담겼을까.

스스로 표현하기를, “국민역적”으로 몰려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지난 11일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던 승리가 23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솔직히 제가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내 입장을 강력히 주장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지금 보도 내용이 제가 아는 사실들과 너무 멀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그는 논란의 시발점이 된 클럽 버닝썬의 실소유주가 아니라 “얼굴마담”이라고 밝히는 등 마약 의혹, 탈세 의혹, 성접대 및 성매매 알선 의혹 등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런 그는 “지난해 방송에서 ‘나는 다른 연예인처럼 이름만 빌려주지 않는다. 직접 사업한다’라고 했다는데 실제 버닝썬에서 사고가 나니까 숨어버린 듯 보였고 믿고 응원해준 사람들이 얼마나 실망했겠나. 신뢰가 무너지며 많은 사람들이 배신감을 느끼시면 분노가 유독 내게 집중된 게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다만 만약 조사 결과가 나와 내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을 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혐의가 나와도 경찰 유착이라 할 거고, 윗선에서 봐줬다 할 거다. 결국 저는 한평생 이렇게 의혹에만 쌓인 사람으로만 살아야 한다”고 억울해했다. 이어서 “물론 지금 정준영 같은 경우는 명확한 증거들이 있어 범죄 사실이 소명됐다. 그러나 사적인 대화로 인해 실추된 내 이미지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자를 주고받은 것에 대해선 후회스럽고 반성해야한다. 그러나 너무 사적인 얘기들이었다”고 밝혔다.

행간을 읽어보면 스스로는 경찰 조사 결과 혐의가 입증되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을 때’를 염두에 두고 불명예스럽게 살아야할 앞으로의 자신을 걱정하고, 범죄가 입증된 정준영과 자신은 입장이 다르다고 선을 긋는 것이다.

물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승리는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더라도 탈세 의혹 외에 대부분의 혐의는 여전히 입증되지 않았고, 사법부의 판결이 나지 않은 만큼 그 어떤 단정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줄곧 그의 언행이 실망스러웠던 터라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전한 그의 말들이 얼마나 진정성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뷰 직후 승리가 해명한 ‘경찰복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승리는 최근 불거진 SNS상 ‘경찰복’ 사진 논란에 대해 이날 인터뷰를 통해 각시탈이라는 업체에서 빌려입었다고 해명했는데, 이후 각시탈 측은 일반인에게는 대여하지 않고 특수복의 경우 드라마나 영화 등 촬영을 위해서 대여하면서 증빙서류를 제출해야한다는 방침이 있다고 전해 할로윈 코스튬을 위해 이 업체에서 빌려입었다는 승리의 말에 또 다시 의심의 시선이 쏠리게 된 것이다.

게다가 승리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등에서 한무리로 어울렸던 정준영과 FT아일랜드 최종훈 등 최근 논란에 연루된 연예인들이 연일 그동안 전했던 입장들을 뒤집는 상황들을 만들며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준영은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하고, 지난 21일 구속 전 취재진 앞에서 “평생 반성하고 살겠다”고 밝혔음에도 앞서 제출한 휴대전화 3대 중 한대가 초기화돼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되며 22일 또 다시 진정성 논란이 일었다. 최종훈은 음주운전 무마 및 경찰청탁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윤 총경’도 모른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그가 한 대부분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승리 역시 그동안에 제기됐던 논란에서 언행이 불일치한 일들이 있었기에 조목조목 의혹을 반박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신뢰보다는 앞으로를 더 관망하게 된다.

승리의 인터뷰 중 대중의 마음과 접점을 이루는 부분도 있기는 했다. 승리가 인터뷰 말미에 “유일한 바람은 수사 진행과 결과가 좀 냉정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라고 했듯, 이 사태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수사가 공정히 이뤄져 모든 범죄가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바랄 뿐이다.

“나는 일개 연예인”이라고 호소한 승리는 대중들이 이번 논란의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몰아간다고 착각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승리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만 책임지면 되는 일이다. 다만 그 잘못들이 무엇인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기에 대중은 비판적인 시선으로 승리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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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