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고 무례, 창피하다" vs "미국인 처럼 영어만, 얄밉다"

[뉴스포커스]

'트윙키' 미 출생 2세 학생들
"언제나 유학생 끼리만 모여 다녀, 영어 늘 턱 없어
한국부모가 보내주는 돈 펑펑…고급 차·옷등 집착"

'FOB'한국 출생 유학생들
"한국말 안쓰는 2세 학생들에 전혀 동질감 못 느껴
얼굴은 한국 사람, 생각은 미국인…우월감 못마땅"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와 한국서 온 유학생들이 저마다 살아온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에서 오는 거리감을 좁히지 못해 갈등을 빚는 안타까운 상황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트윙키'(Twinkie, 겉은 노랗고 안은 하얀 미국 과자 이름. 동양인이 백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조롱하는 용어)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인 2세를 가리키는 말로, '바나나'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한국에서 미국에 막 온 유학생은 'FOB'(Fresh Off the Boat, 이제 막 배에서 내린 이주민)이라고 일컫는다.

2세들과 유학생들의 갈등은 대학 뿐만아니라 중·고등학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LA 한인타운에 사는 유학생 김지수(가명·16)양은 얼마 전 한국에서 유학왔다. 인근 고등학교 입학 첫날 한인 2세 친구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어보았지만 그는 영어로 "미국에 왔으면 영어를 해라. 못하면 한국으로 가라"고 조롱했다. 김씨는 "유학생들은 가방과 옷차림 등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2세들은 슬리퍼를 신거나 심지어 잠옷을 입고 등교를 하기도 한다"며 "서로 옷차림을 지적하며 싸움이 난 적도 많다"고 밝혔다.

패서디나에 거주하는 2세 고등학생 케빈 최(가명·16)군은 "유학생들은 학교에서 항상 자기들끼리만 모여있다"며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2세들과는 달리 유학생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말을 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군은 "미국에 살면서 자기들끼리만 뭉쳐 있으니 영어가 늘 턱이 없다"며 "방과 후에도 2세들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모아 노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유학생들은 쇼핑 및 당구장,피시방 등에 간다"며 서로 다른 문화 차이를 설명했다.

이러한 한인 학생들의 갈등은 대학교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LACC에 재학중인 2세 브랜든 윤(가명· 24)씨는 "2세들은 보통 대학을 가면 부모 도움 없이 스스로 생활비를 벌며 중고차를 타는데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부모가 보내준 돈만 받아쓰며 일도 안하고 좋은 차와 옷에만 집착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UCLA에 다니는 유학생 박원길(가명·28)씨는 "한국인 학생모임은 2세 그룹과 유학생 그룹으로 나뉜다"며 "2세들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미숙한 유학생들을 답답해하고 유학생들은 외모만 한국인일뿐 행동이나 생각이 미국인과 다를 바 없는 2세들에게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2세 입장에서는 시끄럽고 무례한 유학생들이 창피하게 느껴질 수 있고, 반면 유학생들은 한국인의 모습을 하고 영어만 쓰고 미국인처럼 행동하는 2세들이 얄밉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인 교사들은 이러한 유학생들과 2세 학생들 간의 갈등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골이 깊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LA고교의 한 카운슬러는 "오래전부터 두 그룹은 언어장벽과 성장환경 차이로 이질감을 느끼고 서로 회피한다"며 "유학생 숫자가 많을 때 2세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실제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 역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