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정부 개입 없었다" 주장…美국무부 "사건과 무관", FBI는 'NCND'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반(反) 북한단체 '자유조선'이 지난달 발생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며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자유조선은 26일 오후(세계표준시 UTC 기준) 홈페이지에 올린 '마드리드에 관한 팩트들' 제목의 글을 통해 "(이번 일은) 습격(attack)이 아니었다"며 "마드리드 (북한) 대사관 내의 긴급한 상황에 대응(responded)했던 것뿐"이라며 대사관 침입을 인정했다.

이어 "우리는 대사관에 초대(invited)를 받았으며 언론 보도와는 달리 억압(gagged)되거나 맞은 사람도 없었다"며 "무기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조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영상에는 모자이크 처리된 한 남성이 사무실로 보이는 곳의 벽에 걸린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떼어 바닥에 내던지고 액자의 유리가 깨지면서 파편에 사방으로 튀며 산산조각이 나는 모습도 담겼다.

이 단체는 또 "FBI와 상호 비밀유지 합의하고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certain information)를 공유했다"며 "해당 정보는 자발적으로, 그리고 그들의 요청에 따라 공유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합의는 깨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것은 엄청난 배신"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보당국과 접촉한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단체는 그러면서도 "다른 정부는 개입되지 않았으며 사건 이후까지 우리의 활동이 끝날 때까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하노이 회담과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들의 도움을 원하는 사람 등을 보호하기 위해 현재로선 더 많은 공유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해 공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컴퓨터·휴대전화를 강탈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배후설이 제기된 바 있다.

스페인 고등법원은 26일 공개한 문서에서 당시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이들은 모두 10명으로, 한국과 미국, 멕시코 국적자가 포함됐으며 이들 중 1명은 사건 발생 며칠 후 FBI와 접촉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FBI는 "수사의 존재 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답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전했다.

CIA는 논평 요청에 스페인 당국과 FBI에 문의하라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 정부가 이 사건에 관여했는지 묻는 기자에게 "미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자유조선은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한 단체로, 이달 들어 '천리마민방위'에서 개명했다.

이 단체는 최근 홈페이지에 북한 영내에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를 훼손하는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영상의 촬영 시점과 장소 등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해당 영상이 촬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해외의 북한대사관은 북한의 통치권이 미치는 북한 영내다.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