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자녀들 생활비 등 도와주는 부모 증가…"애들 보태주느라 은퇴자금 다 까먹는다"

뉴스포커스

美 성인 자녀 둔 부모 10명중 8명이 재정 지원
부모 72% "은퇴 저축보다 자녀 생활안정 우선"
전문가들 "무조건 희생, 재앙 부르는 길" 경고

#LA에 사는 50대 후반 한인 A씨 부부는 남아있는 학자금 빚과 렌트비 때문에 힘들어 하는 29세난 미혼 딸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상금이나 은퇴자금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은퇴시기가 가까워 오고 있는 가운데, 이렇다할 대책도 없다. 딸에게 부담줄까 말은 안했지만, 은퇴를 미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성인 자녀에게 재정 지원을 해주는 부모들이 상당히 많아졌다는 조사가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모의 희생은 재앙을 부르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메릴린치(Merrill Lynch)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년 전국적으로 성인 자녀를 둔 부모 중 79%가 그들의 성인 자녀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렌트비를 비롯해, 식비, 대출금, 공과금 등 다양한 부분에서 자녀들을 돕는데, 이러한 상황은 1베드 렌트비 중간가가 2400달러(렌트정보 업체 '줌퍼' 2월 조사결과)에 달하는 LA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노년기 또는 은퇴후를 위한 부모들의 저축은 갈수록 줄고 있다.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를 인용해 '사랑이란 이름으로 노후 생활을 희생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메릴린치 조사결과, 작년 부모들이 성인 자녀들에게 지원한 비용은 총 5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부모들이 자신의 은퇴 계좌에 쏟는 돈의 두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부모들의 72%가 자신의 은퇴저축보다 자녀들의 이익을 우선시했고, 63%는 자녀를 위해 자신들의 재정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종별로 아시안, 라티노, 흑인이 자녀들을 위해 재정적으로 희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자녀 재정 지원을 위한 비용은, 은행 저축금(50%), 생활수준 낮춰 생활비 줄이기(43%), 대출(26%), 은퇴 자금(25%), 은퇴 늦추고 더 오래 일하기(19%), 주택 리파이낸스(14%) 등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인 자녀들이 재정적으로 조금 힘든 상황에 있더라도, 자신의 은퇴 계좌나 저축금을 깨거나, 대출을 받는 등 섣불리 자신의 재정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은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