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후보 부실검증' 野 공세 속 여론악화…여당도 '우려' 전달
14개월간 '대통령의 입' 중책…야권과 잦은 충돌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고가 건물 매입 논란'이 불거진 지 불과 하루만인 29일 사퇴를 결심한 것은 집권 중반기를 맞은 정부와 여당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전날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김 대변인의 25억7천만원 상당 건물 매입 사실이 드러났을 때만 해도 이번 논란이 김 대변인의 거취까지 연결될지는 의견이 엇갈렸다.

청와대 내에서는 '사퇴시키지 않는다'는 데 무게가 실려있다는 전언도 흘러나왔으나, 결국 김 대변인은 이튿날인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진사퇴 소식을 알렸다.

김 대변인은 전날 오후 이미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거세지는 비난 여론을 신속히 잠재워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청와대 핵심 참모의 '부동산 투기' 논란까지 장기화한다면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성인 1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2%포인트씩 하락,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존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계속된다면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으로선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김 대변인 문제에 대해 '우려' 입장을 정하고서 청와대에 의견을 전한 점도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 대변인 문제가 당장 4·3 보궐선거, 나아가 내년 총선까지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은 상당히 예민한 문제"라며 "예상보다 여론이 이번 사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50·60 무시 발언'으로 설화를 일으켰을 때도 빠른 사표 수리로 파장을 최소화했다"고 떠올렸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역시 불투명한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서도 김 대변인을 겨냥한 야권의 공세까지 '버티기'로 일관하기는 어려웠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과 함께 '마지막 오찬'을 하고 지난해 2월 임명된 지 약 14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를 나서기 직전 기자실을 들러 인사하면서 "대통령이 어디서 살 거냐고 걱정을 해주시더라"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려고 (건물을 매입) 했는데, 이제 어머님 집으로 들어가야 하나 싶다"라며 웃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그동안 청와대 내에서도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사로 꼽혔으며,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에 동행해 현장 브리핑을 책임지는 등 문 대통령의 '입'을 맡아 국정운영 일선에서 일했다.

동시에 청와대를 겨냥한 야권의 공세를 최전방에서 응수하는 역할도 맡으면서, 야권과 잦은 충돌을 빚기도 했다.

김 대변인이 지난해 12월 특별감찰반 논란이 불거지자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일이나,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 "환경부에서 작성된 문서는 통상 업무의 일환으로 작성한 '체크리스트'"라고 언급한 일 등은 야권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돌이켜보면 저같이 '까칠한 대변인'도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다. 하지만 번번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날 선 말들이 튀어나왔고, 다 제 미숙함 때문"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끝까지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변인은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 제가 알았을 때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라면서도 "이 또한 다 제 탓"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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