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배우자 잘못 증명하거나 최장 5년 기다려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배우자의 동의가 없어도 6개월 내 이혼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배우자의 간통이나 불합리한 행동 등을 증명하지 못하면 배우자 동의 없이 이혼하기 위해서는 최장 5년을 기다려야 한다.

9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법무부는 12주 간의 협의기간을 거쳐 이같은 이혼법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선안은 티니 오언스 사건 관련 판결 이후 대중의 요구에 따라 추진됐다.

1978년 남편 휴 오언스와 결혼한 티니는 2015년 2월 별거에 들어갔고 이어 이혼 신청을 했다.

티니는 남편이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하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기분변화가 심한 남편은 종종 남들 앞에서 그녀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남편인 휴는 그러나 이혼에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아내의 주장 역시 부인했다.

문제는 이혼법이었다. 현재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는 간통, 배우자의 불합리한 행동이나 의무 불이행 등으로 결혼 생활이 실패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배우자의 동의 없이는 이혼이 불가능하다.

배우자 동의 없이 이혼하기 위해서는 5년 동안 따로 떨어져 살아야 한다.

티니는 남편이 동의하지 않자 법원에 별도로 이혼을 신청했지만 대법원은 배우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현행법하에서는 단지 불행하다는 이유는 적절한 이혼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티니는 별거한 지 5년이 되는 2020년까지 계속 결혼 상태에 머물러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관 중 일부는 그러나 아무런 잘못이 없더라도 배우자의 요구에 따라 이혼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선하는 것을 의회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영국 정부는 법 개정 논의에 들어갔다.

개선안에 따라 앞으로는 배우자 잘못을 증명하지 않더라도 결혼이 파국을 맞은 만큼 이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면 이혼 절차가 진행된다.

아울러 다른 배우자의 동의가 없어도 이혼이 허용되며, 이혼 신청 후 6개월 내에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데이비드 고크 영국 법무장관은 이같은 절차적 개선이 그동안 이혼 진행 과정에서 '책임전가'를 통해 얼굴을 붉힌 커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자의 잘못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이미 파국을 맞은 상태에서 장기간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부 간 갈등은 물론 이혼 과정에서 자녀들이 받는 상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11만8천명이 이혼을 신청했다.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