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이론'아인슈타인 예측 맞았다"

[뉴스이슈]

20개 연구기관, 전파망원경 8개 동시 가동
빛까지 빨아들여…주변 회전물질 통해 확인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주의 심연(深淵) 블랙홀(black hole)이 사상 처음으로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홀은 사물을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엄청나게 강해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천체다. 영화 '인터스텔라' 등에서 묘사한 블랙홀은 물리학 이론을 근거로 컴퓨터로 합성한 모습이지 실제 영상은 아니었다. 이번에 공개된 블랙홀 모습은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으로 예측한 것과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전 세계 연구 기관 20여곳이 참여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 '사건 지평선 망원경(EHT)'은 10일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2017년 4월 남극, 안데스산맥 등 전 세계 8곳에 있는 전파망원경이 처녀자리 은하단의 한가운데에 있는 M87 블랙홀을 동시에 관측해 그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져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65억배에 이른다.

이날 EHT가 공개한 블랙홀 영상은 한쪽이 밝게 빛나는 초승달 모양이다. 이는 블랙홀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을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물질에서 나온 빛이다. 이 물질과 블랙홀 경계면이 바로 이번 프로젝트 이름이기도 한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이다. 물질들이 이곳을 넘어 블랙홀로 빠지면 영원히 돌아 나오지 못한다.

블랙홀은 18세기에 처음 제시된 개념이지만, 과학 연구 대상이 된 것은 1915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덕분이다. 아인슈타인은 천체가 너무 무거우면 자체 중력에 스스로 급격하게 수축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블랙홀이 되는 것이다. 지구 정도 질량이 블랙홀이 되면 지름이 1㎝로 수축된다.

연구진은 빛이 나오지 않는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는 대신 블랙홀의 윤곽인 '그림자'를 관측하는 방법을 택했다. 블랙홀은 중력이 워낙 강해 주변의 시공간(時空間)을 휘게 한다. 볼링공이 떨어져 매트리스가 움푹 들어가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시공간이 휘면 블랙홀 뒤쪽을 도는 물질에서 나오는 빛도 앞으로 휘어져 나온다. 이렇게 블랙홀을 앞뒤로 둘러싼 물질을 다 확인하면 블랙홀 윤곽이 드러난다. 이를테면 보자기가 감싸고 있는 모양을 보고 그 안의 물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것과 같다. 영상에서 블랙홀의 한쪽이 밝게 보이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사건 지평선에 다가간 물질은 빛에 가까운 속도로 공전하며 블랙홀로 끌려 들어간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이렇게 회전하는 물질의 원반 중 지구를 향해 움직이는 부분은 지구에서 멀어지는 부분보다 더 밝게 보인다. 구급차가 가까이 올수록 사이렌 소리가 커지고 지나치면 소리가 작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결국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블랙홀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생각이 옳았음을 입증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1919년 개기일식 때 태양 주위를 지나는 빛이 휘는 것을 관측해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100년 만에 블랙홀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재확인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