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英 경찰에 송환 요청…7년간 런던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서 피신생활하다 체포

[영국]

2010년부터 美군사기밀 등 사상 최대 폭로 세상 발칵
2016년 미국 대선 관여…강간혐의로 스웨덴서 피소도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7)가 11일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어산지는 7년간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피신 생활을 해왔다.

BBC 등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이날 에콰도르 대사관이 어산지 보호 조치를 해제한 직후 그를 붙잡았다. 경찰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어산지를 체포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폭로자' 어산지는 지난 2006년 중국 반(反)체제 인사, 미국·유럽 벤처기업 기술자 등 익명의 활동가들과 함께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창립했다. 위키리크스는 2010년 미국 등 각국 정부의 비밀 문건 등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어산지의 폭로 활동에 대해서는 "권력이 독점해 온 정보들을 봉인 해제했다"는 평가와, 기밀 정보를 누설하는 철부지 행동이라는 엇갈린 평가가 있다.

위키리크스는 특히 이라크에서 미 육군 정보분석병으로 근무했던 첼시 매닝과 협력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며 생산한 군 내부 문서 수십만 건과, 미군 헬기가 이라크의 민간인을 저격·살해하는 영상을 2010년 공개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어산지를 '반역자'로 규정하고 수배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어산지 체포 몇 시간 후 어산지를 컴퓨터 해킹을 통한 군사 기밀 유출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사실을 밝혔다. 미 법무부는 매닝이 어산지의 도움을 받아 국방부 내부 전산망에 침입해 기밀 정보를 빼낸 뒤 위키리크스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CNN은 "미국이 어산지 송환을 영국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어산지가 미국으로 송환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어산지는 또 미 국무부가 전 세계 274개 미 대사관과 주고받은 공식 외교문서 25만여 건도 폭로했다. 위키리크스는 미 국방부가 9·11 테러 이후 국방부 및 국무부 직원들과의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든 내부 전산망을 해킹해 해당 문건들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폭로 문건 중에는 한국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2008년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를 만나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고 말했던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어산지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국면에도 관여해 주목받았다. 위키리크스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 선거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이메일 수천 건을 폭로해 힐러리 캠프에 타격을 입혔다. 이들이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계된 해커들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여부를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정부 기밀 누설과 별개인 강간·성추행 등의 혐의로 2010년 11월 스웨덴 정부에 의해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된후 1달만에 체포됐으나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 이후 7년간 대사관에서 피실 생활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