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내부 유물 소실 우려 속 보존 확인, '가시면류관'도 안전한 곳으로 옮겨

"佛·가톨릭 문화 대표 문화재 소실안돼 다행"
연작 그림 76장 등 일부는 고열·그을음 손상

성난 불길이 프랑스 고딕 건축 양식의 절정인 첨탑을 삼켜버리는 데는 1시간이면 충분했다. 850여년 전 서로 다른 참나무들을 베어 만든 기둥을 격자로 엮어 '숲'이란 별명으로도 불려온 지붕은 성난 화마 앞에 불쏘시개나 다름없었다.

15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지 불과 1시간여 뒤인 오후 8시7분, 850여년 역사의 대성당 첨탑과 지붕 3분의 2가 와르르 소리를 내면서 불구덩이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화재로 내부 구조물까지 화마에 휩싸였지만 성당 내 보존돼온 예술작품과 종교 유물은 기적적으로 보존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트르담 대성당의 상징이라 할 크고 화려한 원형의 스테인드글라스, 일명 '장미 창'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파리 대교구 관계자를 인용해 "노트르담 성당 입구인 서쪽과 남쪽, 북쪽에 있는 3개의 장미 창이 화마를 피했다"고 이날 전했다. 13세기에 만들어진 이들 창은 구약과 신약성서의 장면을 포함해 12사도의 이야기, 그리스도의 부활 등 종교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톨릭 최대 걸작 중 하나'다. 1260년 만들어진 남쪽 창은 직경이 13m에 달하며 84개의 유리 패널로 이뤄져 있어 규모나 예술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방문하는 연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즐겨 '인증샷'을 찍는 곳이기도 하다.
앞서 몇몇 언론인과 파리 대교구 관계자들은 고열로 인해 유리창이 손상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한 언론인은 "스테인드글라스는 산산조각났고, 건물엔 구멍이 뚫렸다"고 썼으나 결국 무사한 것으로 나타나 관계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장미 창은 프랑스 혁명과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등 수난을 겪으며 복원됐다. 1830년 혁명 당시 특히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1860년께 대대적으로 보수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창에 중세와 19세기의 유리가 섞여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훼손을 우려해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뗐다가 종전 후에 다시 설치했다.

이밖에도 당국은 화재 초기에 프랑스와 가톨릭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 일부를 꺼내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이중 그리스도의 가시면류관은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보물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나무 가지를 원형의 다발에 엮은 것으로, 그리스도 희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동안 전 세계 일반 관광객들은 매월 첫째주 금요일에 열리는 '가시관 및 그리스도 수난 유물 경배 행사'에서나 가시면류관을 볼 수 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중세시대에 제작된 대형 파이프 오르간을 비롯해 성경 속 장면 등을 묘사한 다양한 조각상, 동상, 회화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베드로의 순교와 바울의 개종 등 신약 사도행전 장면들을 묘사한 연작 그림 76장도 이 중 하나다. 이 작품들은 프랑스 왕립 회화·조각 아카데미 회원들이 1630~1707년 제작한 것들이다. 이 예술품들이 직접적인 화마를 피했다고 하더라도 고열과 그을음, 진화에 사용된 물로 인해 상당 부분 손상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