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진 인공혈액 주입 세포·혈관 되살리는데 성공, "뇌질환 치료"vs"윤리문제"

[생·각·뉴·스]

뇌손상 질환 치료법 개발 기여 기대
삶·죽음 규정 가이드라인 기준 논란

미국 연구진이 죽은 지 4시간이 지난 돼지의 뇌세포 일부를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과학기술계는 이번 성과가 뇌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학기술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죽은 뇌를 살려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뇌사자의 장기 이식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네나드 세스탄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뇌에 인공 혈액을 주입하는 '브레인엑스(BrainEx)'기술을 활용해 죽은 지 4시간이 지나 폐사 판정을 받은 돼지의 뇌세포 일부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17일자에 게재됐다.

과학기술계는 이번 연구가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치료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책임연구원은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은 모두 뇌세포가 손상되거나 뇌 구조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한다"며 "손상된 뇌세포 기능이 일부 회복된 만큼 관련 질병 치료에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동물실험 수준의 결과지만 기술이 더 발전하면 심장마비와 같이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위급 상황에 놓인 환자도 이 방식을 활용해 뇌 손상 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질병 치료에 대한 장밋빛 미래만 던져주지는 않는다. 죽은 세포를 되돌렸다는 점에서 삶과 죽음을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과학적으로 좋은 성과지만 윤리적인 부분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기술이 한 차원 더 발전해 실제 인간에게 적용된다면 뇌사 판정 기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과학자는 "과학의 성과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파급 효과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연구진은 "뇌를 살린 게 아니라 뇌세포의 활성을 살린 것"이라며 "인식과 의식 등 높은 차원의 뇌 기능과 관련된 활동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결코 '의식의 회복'이 아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니타 패러허니 듀크대 교수 등 2명은 이날 네이처에 논평을 내고 "전체 뇌에 대한 복원·보존 연구를 할 때 해당 동물이 완전히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회색지대'에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새로운 윤리지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또 "의식의 징후를 어떻게 측정할지, 이런 연구에는 어떤 모델생물을 쓸지, 고통을 덜 느끼게 하는 차단제를 이용할지 등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