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으로 마약상 추정 인물과 메시지…朴 "황 씨 부탁받고 입금"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류수현 기자 = 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가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건을 구매해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 씨 자택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러한 정황에 비춰 박 씨와 황 씨가 함께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박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9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4일 다른 마약 투약 건으로 황 씨를 체포하고 황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마약 판매상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저장된 텔레그램 화면을 발견했다.

황 씨는 이를 두고 박 씨가 마약 판매상과 주고받은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황 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박 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박 씨가 올해 초 서울의 한 현금자통입출금기(ATM)에서 이 마약 판매상의 것으로 보이는 계좌에 수십만원을 입금하고 20∼30분 뒤 인근 특정 장소에 황 씨와 함께 나타나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찾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 담긴 장면으로 박 씨 등이 일명 '던지기'로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던지기는 구매자가 돈을 입금하면 판매자가 마약을 숨겨놓은 특정 장소를 알려줘 찾아가도록 하는 마약 거래 수법으로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신원 노출 없이 거래가 가능해 최근 마약사범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경찰은 이후 박 씨 등의 동선을 CCTV로 추적해 이들이 입금, 물건 확보 이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황 씨 오피스텔로 들어간 것을 최근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 씨가 마약 대금을 입금하고 황 씨와 마약을 찾아 황 씨 오피스텔에서 함께 투약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박 씨는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박 씨는 경찰에서 "황 씨 부탁에 누군가의 계좌에 돈을 입금했고 뭔지 모를 물건을 찾아 황 씨 집으로 갔다"며 "입금한 계좌가 마약 판매상의 것인지, 찾은 물건이 마약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이러한 박 씨의 마약 투약 정황에 대한 황 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점에 비춰 내주 중 박 씨와 황 씨를 대질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이라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황 씨는 박 씨와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줄곧 자세하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올해 초 필로폰 수십만원 어치를 구매해 황 씨의 오피스텔 등에서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와 황 씨는 과거 연인 사이로, 박 씨는 지난 2017년 4월 황 씨와 같은 해 9월 결혼을 약속했다고 알렸지만, 이듬해 결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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