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금요일]

"예수가 십자가형 선고받고 올랐답니다"

고난 묵상하며 '무릎과 손'으로 오르는 성지
계단 마모심해 1723년 덮개, 최근 다시 공개

예수가 십자가형을 선고받은 법정으로 갈 때 밟고 올랐다고 알려진 '성(聖)계단(Scala Sancta·사진)'이 약 300년 만에 나무 덮개를 뗀 상태로 일반에 공개됐다.

28단으로 되어 있는 이 대리석 계단은 원래 예루살렘에 있었지만,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 신앙을 허용한 로마제국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기독교로 개종한 뒤 326년 로마로 가져와 성계단 성당에 설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마 동남부에 있는 성계단 성당의 대리석 계단이 약 10년에 걸친 복원 작업을 마무리하고 최근 일반에 공개됐다. 예수가 직접 밟았던 것으로 알려진 계단이라 해마다 순례객 수십만 명이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며 발이 아닌 무릎과 손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유명한 성지다. 계단의 마모가 심해지자 1723년 교황 이노센트 13세는 대리석 위에 나무 덮개를 씌웠으며, 대리석 계단 자체는 300년 가까이 일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성당의 프란치스코 게라 주임신부는 "복원 전 성계단은 완전히 비정상적으로 닳아 있었다"며 "순례객들이 밟고 올라가며 완전히 파인 상태였다"고 말했다.

대리석 성계단은 나무 덮개에 덮여 있을 때처럼 덧신을 신은 채 무릎과 손으로만 오를 수 있다. 성령강림절인 오는 6월 9일 이후에는 다시 보호를 위해 나무 덮개를 씌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