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동네 조그만 카페 알바로 커피에 입문 '전주연'

[이·사·람]

'2019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우승 쾌거, 커피업계 탄성
55개국 쟁쟁한 바리스타 제압, 사상 두번째 여성 챔피언

美, 日등 오가며 각종 자격증·대회 출전 등 피나는 노력
"10년간 '스페셜티 커피' 한우물…지망생들 희망되고파"

30대 한국인 여성이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에 오르는 쾌거를 안았다. 지난 14일 미국 보스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에서 2000년 이 대회가 생긴 이래 최초로 한국인이 우승을 차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장 권위있는 국제대회

주인공은 부산 모모스커피 소속의 전주연 바리스타(31)로 여성으로선 지난해 우승자인 아니에스타 로에브스(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 챔피언이다.

WBC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와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SCAE)가 공동 설립한 월드커피이벤트(WCE)의 세계 대회로 가장 권위있는 커피 경연으로 꼽힌다.

국가별 대회에서 뽑힌 1명의 국가대표 바리스타들이 1년에 1번 모여 승부를 겨룬다. 2000년부터 폴 바셋(호주), 사사 세스틱(호주), 데일 해리스(영국) 등의 스타 바리스타들을 배출했다.

WBC에는 6개의 종목이 있다. 바리스타챔피언십, 브루어스컵, 로스팅, 컵테이스터스, 굿스피릿, 라테아트 등이다. 이 중 바리스타챔피언십이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

올해는 55개국에서 출전했다. 전 바리스타는 캐나다, 독일, 그리스, 인도네시아, 스위스 등 5개국 대표들과 함께 6명이 겨루는 최종 결선에 올라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첫 출전에서 결선에 올라 12위에 오르기도 했다. 커피 업계는 "한 명의 바리스타 덕에 한국 커피의 위상이 높여졌다"고 평가했다.

▶15분 시연 끝나자 관중 환호

바리스타챔피언십 최종 대회는 15분 만에 12잔의 커피 음료를 만들고, 이를 심사위원들에게 프레젠테이션해야 한다. 그는 결선 대회에서 심사위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오늘날의 커피 시장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커피농부와 원두 생산자, 그리고 바리스타가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소통하고 있다"며 "커피 원산지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식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15분의 시연이 끝났을 때는 관중석 등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전 바리스타는 창작 메뉴와 고객 응대 등의 부문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바리스타는 대학 2학년 시절 카페 '알바'로 커피에 입문해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거머쥐며 십여년 만에 '거위의 꿈'을 이뤘다. 졸업 후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전문점 '모모스'의 창업 멤버로 합류해 스페셜티 커피라는 한 우물만 팠다. 모모스커피는 부산 온천장에서 13㎡(4평)짜리 작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시작해 10여년 만에 부산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회사로 성장했다. 전 바리스타는 입사 4년 만에 미국, 일본 등을 오가며 각종 커피 관련 자격증을 따고 세계 대회에도 꾸준히 출전했다. "세계 커피 시장을 움직이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우승 기념 월드 투어

전 바리스타는 "10년 전부터 세계 커피 시장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는데 우승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더 많은 전 세계 여성 바리스타, 꿈을 꾸고 노력하는 바리스타들에게 모두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 바리스타는 이번 우승으로 WBC의 주최 측과 향후 몇 년 간 월드 투어 등을 떠난다.

한국인 최초 우승자가 탄생하면서 한국 커피 업계도 환호하고 있다. 커피 업계 관계자들은 "여성이라는 점이 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대한민국 커피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