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지붕 벌집에 살던 20만마리 벌, 죽지 않고 살아남아

[프랑스]

목제 지붕 전소 가장 큰 피해 불구 무사
"매년 25kg 꿀 생산 대부분 성당서 소비
어떻게 이런 일이…성모가 지켜 준 듯"

지난 15일 밤 발생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대화재에서 자그마하지만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예수의 가시관, 장미 창 등 귀중한 세계적인 유물이 다행스럽게 화마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져 프랑스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그런데 이번엔 불에 탄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에 살고 있던 20만 마리의 벌들이 화염 속에서도 용케 살아남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양봉가 니콜라스 제앙(51)은 지난 15일 화마에 휩싸인 성당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약 20만 마리의 벌이 살고 있는 벌집 3개가 성당 지붕에 있었다.

유럽 및 전 세계적으로 벌 개체 수가 격감하자 파리 시는 건물을 활용한 양봉 활동을 장려했다.

벌집은 지난 2013년 파리의 생물 다양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감소한 벌의 개체수를 다시 늘리기 위해 파리시는 오르세 미술관, 그랑 팔레 박물관, 파리 국립 오페라 등 도시 곳곳의 지붕에 벌집을 설치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에 있던 벌집에서는 매년 평균 25㎏ 가량의 꿀이 생산되고 있는데, 이 꿀은 대부분 성당에서 소비된다. 제앙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벌과 교회는 역사적으로도 관계가 깊다. 교회는 오랫동안 벌들에게서 얻은 밀랍으로 촛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화재를 당한 노트르담 대성당 중 40m 높이 천장 위의 길이 70m가 넘는 지붕은 목제인 탓에 거의 전소해 첨탑과 함께 피해가 가장 컸다.

재앙은 "화재당시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본 노트르담 대성당은 끔찍했다. 모든 게 타버렸고 지붕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면서 "그러나 사진으로 볼 때 희미하게나마 벌집 세 개가 그대로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벌들이 불길 속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화재 소식이 전해진 뒤 세계 각지에서 벌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메시지가 밀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붕은 불탔지만 그 밑 벌집은 불에 타지 않는 기적적일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 벌은 폐가 없기 때문에 불이 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에 질식해 숨지는 대신 진정제 주사를 맞을 때처럼 일종의 마취 수면 상태에 들어간다.

양봉 관계자는 "벌들은 불이 난 것을 알게 되는 대로 벌통의 꿀을 양껏 빨아먹어 배를 채우고 여왕벌을 보호한다"고 덧붙였다

화재가 진압된후 제앙은 20만 마리의 벌들이 모두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앙은 "도시의 지붕을 활용하면서 오히려 교외에서보다 더 많은 양의 꿀을 생산할 수 있었다"면서 "살아남은 벌들과 함께 비록 불에 타긴 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인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계속 꿀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