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지표 호조에 달러 강세…물가지표 부진 호주달러 약세에 원화 동조
이란제재·유가상승도 원화에 부담…"환율 하락 당분간 쉽지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24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9.1원 오른 달러당 1,150.9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가 이날 장중 최고가였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7년 7월 11일(1,151.1원) 이후 1년 9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같은 날 이후 가장 높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 급등은 최근 유가 상승과 수출 부진, 늘어난 해외투자로 달러화 공급 대비 수요가 우세해진 상황에서 강달러에 편승한 역외 달러화 매수 세력이 늘어난 게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러화는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로 강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933.68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예상을 웃돈 데다 26일 발표 예정인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 또한 기대보다 양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심리 개선과 달러화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 오름세도 원화 약세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제재 예외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여파로 지난 밤 뉴욕시장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6개월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66.3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호주의 1분기 물가지표가 기대치를 밑돈 게 이날 원화 약세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이날 오전 발표된 호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해 2016년 초 이래 가장 부진했다. 미 달러화에 견준 호주 달러 가치는 물가지표 발표 직후 전장 대비 0.8% 급락했다.

호주가 연 1.5%의 낮은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문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호주와 연관성이 깊은 중국 경제의 부진을 간접적으로 반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통상 시장에서 중국 경제 부침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통화로 호주 달러와 원화를 꼽고 있어 원화가 동반 약세를 보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이날 오전 지급준비율 인하가 임박했다는 시장의 루머를 부인하고 나서 위안화 강세를 유지한 게 원화에는 추가적인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화 강세를 뒷받침할 요인이 부족하다 보니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환시장 수급 여건을 고려할 때 원화가 달러화 상승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율이 당분간 하방 경직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달러가 해소되려면 유로존 경기 회복에 기대야 하는데 단기간 지표 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국제유가 상승도 원화 가치에는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30분 현재 100엔당 1,029.75원으로 전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1,020.42원)보다 9.33원 올랐다.

pan@yna.co.kr